책이름 : 인류의 진화
지은이 : 이상희
펴낸곳 : 동아시아
나는 그동안 진화론과 인류학에 관한 책들을 그런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퍼 윌스의 『진화의 미래』(푸른숲, 1999), 미국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책들, 두 손으로 꼽아야 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 『생명의 도약』, 『바이탈 퀘스천』.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작가의 책은 원시본능을 다룬 김정호ㆍ공병호의 『갈등하는 본능』이 유일했다.
저자 이상희(1966- )는 한국인 최초의 고인류학자였다. 부제가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온 여정’으로 최신 고인류학 연구와 발전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탐구했다. 책은 환경 변화, 인종다양성, 문화와 언어 발달 그리고 인간의 미래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인류의 진화에 관한 종합적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 3개의 챕터는 한반도의 고인류학, 한민족의 단일민족 기원을 다루었다. 차례는 인류진화연대표, 프롤로그, 본문 19개 챕터,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하나의 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호미니hominin은 침팬지 계통과 갈라져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 인류 계통에 속하는 모든 종을 포함. 인류가 침팬지와 서로 다른 계통으로 갈라지는 것은 고작 500만 년 전, 인간은 침팬지와 98.5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 1930년대 탄자니아 올두바이olduvai 협곡, 최초 발견된 올드완 석기는 인류가 만든 초기 단계의 형태. 도구를 만든 450cc에서 600cc의 두뇌 용량을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한 몸에 살고 있는 머릿니와 사면발이가 서로 다른 속에 속하는 것으로, 고인류는 털이 없는 맨몸으로 추정. 머릿니는 500-600만 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 사면발이는 330만 년 전부터 인류와 살기 시작. 고인류의 화석종에서 큰 어금니는 큰 몸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환경의 징표일 가능성.
곤충 등 다양한 동물성 먹거리와 씨앗, 구근류, 해산물 등 고칼로리 고단백질의 먹거리 섭취로 두뇌가 커진 것은 200만년전에 살았던 모든 고인류가 공통적으로 겪은 진화. 후기 구석기 시대에 등장하는 장신구와 동굴 벽화는 정체성 인식과 추상적 사고라는 사람만의 특징이 인류의 진화 역사상 처음 나타나는 순간. 동굴벽화는 유럽의 현생 인류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고인류가 아시아에서 만든 문화요소. 기후변화로 광활한 초원지대가 우거진 숲으로 바뀌면서 굶주림에 시달린 네안데르탈인의 식인행위.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렌스Flores섬 량부아Ling Bua 동굴에서 발견된 두뇌용량 400cc의 호모 플로레시엔스. 2007년 필리핀 루손Luzon 섬 카야오Callao 동굴에서 발견된 작은 몸집의 고인류 화석 호모 루소넨시스. 2013년 남아프리카 디날레리Dinaledi 동굴에서 발견된 두뇌용량 500cc의 호모 날레디.
2010년 4월 시베리아의 데니소바Denisova 동굴에서 발견된 여자아이 새끼손가락 화석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동시대(약 20만년전부터 5만년 사이)에 아시아에 살았던 고인류 데니소바인.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제도 등 멜라네시아인은 4퍼센트 데니소바인, 4퍼센트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가져 고인류의 DNA가 8퍼센트. 조지아의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연대가 160만년전-180만년전으로 인정받으면서 100만년이 지나서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지역을 벗어났다는 가설이 깨짐. 한반도의 고인류는 거대한 동유라시아 대륙에 살던 고인류의 일부. 한반도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00년 함북 화대군 석성리의 낮은 야산에서 발견된 세 사람의 인골 ‘화대사람’. 아시아에서 신대륙인 호주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간 인류.
고인류학은 새로운 화석의 발견, 미토콘드리아ㆍDNA 분석 등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지속적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후학과 지질학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한 인류의 진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드러났다. 단군 자손으로 5000년 단일민족을 앞세운 근대국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인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조상’이니 ‘민족’이라는 개념은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구분이 아닌 사회적ㆍ문화적 개념”(227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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