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책을 만나러 가는 길

대빈창 2025. 3. 17. 07:00

 

책이름 : 책을 만나러 가는 길

지은이 : 손수호

펴낸곳 : 열화당

 

출판 칼럼니스트 최성일, 독서가 장정일, 평화학ㆍ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책들과 시인 장석주의 『강철로 된 책들』, 이광주의 『지상의 아름다운 책 한권』,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까지 그동안 나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책에 관한 책들은 『책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책장에서 가장 오래 묵은 책 중의 한 권이기도 했다. 믿고 읽는 출판사 〈열화당〉에서 1996년에 출간되었다. 책은 출판 저널리스트 손수호(孫守鎬, 1957- )의 1994. 6 ~ 1995. 말까지 〈국민일보〉 문화면에 연재된 ‘책동네 이야기’가 토대가 되었다. 표지그림은 책거리(冊架圖)였고, 뒤표지 추천사는 미술평론가 유홍준, 시인 정호승이 몫이었다. 부제가 ‘출판 저널리스트가 쓴 책동네 이야기’로 길에 들어서며, 6장 89꼭지,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1장 화제작의 뒤안길. 해방 후 최대 베스트셀러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플루토늄의 행방』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전력. 수백만부 판매 기록은 인문서로 출판사상 처음 있는 대기록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연평균 40만부가 팔리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탁월한 구성력과 서정적인 터치가 일품인 이희재의 만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김대중의 정치재개 시점부터 주문 급전직하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 경독耕讀의 일체가 빚어낸 삶의 결정체 전우익의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손에 쥐었던 심태식의 『축조逐條 근로기준법 해설』. 전태일의 삶과 투쟁, 죽음을 완벽하게 복원시킨 조영래의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 세기의 미문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미국 유학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안승준의 번역 유고, 후카시로 준로의 일기집 『청춘일기』. 지독한 기계치 만화가 이현세의 『촌놈 이현세, 컴퓨터를 배우다』. 독일 뮌헨 〈후겐두벨〉 사서가 추천한 『세상을 보는 지혜』. 오공의 문화탄압으로 등록 취소된 〈창작과비평사〉를 살린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한 편의 민족서사시 김균의 『대동천자문大東千字文』. 커리어우먼의 전형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병역면제자가 쓴 특수부대 이야기 김선하의 『람보와 바보』.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잡학사전 『트리비아TRIVIA』. 난산難産의 출간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한 『공포 특급』.

2장 책동네. 명사名士들과 책, 독재시대 익명의 사회과학 저자들, 출판기념회, 『서유견문西遊見聞』, 〈세한도歲寒圖〉, 지형紙型 생존율, 경일제책사 대표 이약실李若實, 출판사 〈푸른산〉의 『삼사충고三事忠告』, 책도冊盜, 레오나르도 우화집, 출판사 옥호屋號, 안톤 체호프가 서울 러시아공사관에 우송한 단편소설 「카슈당카」, 지하베스트셀러, 출판사 사옥 징크스, 도서출판 《책》의 『책』, 스물한살 터울의 맏형 김용준의 『사람의 과학』에 장문의 서문을 붙인 막내 김용옥, 김일성의 죽음으로 서울 대형서접에 깔린 책들.

3장 책밭의 경작자들. ‘출판인’으로서의 격을 지키는 문예출판사. 피카소 거리의 비질리아VIGILIA 문학과지성사. 강릉 선교장船橋莊의 사랑채 건물 열화당悅話堂. 한국 출판의 오대 노포老鋪-정음사, 동명사, 을유문화사, 일지사, 일조각. ‘창비 신화’의 숨은 공신, 전문교정자 정해렴과 정통파 영업인 한기호. 80년대 사회과학 책들을 전문으로 내던 출판인들이 주축이 된 모임 〈책을 만드는 사람들〉. 동료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독특한 전통의 돌베개. 쓰러진 출판사의 지형을 살리는 이론과실천사. 광주고 삼인방 동창이 이끄는 사계절. 전두환 장남 전재국의 출판사 시공사. 출판인 양성의 밭 ‘도서출판 한울’. 개역으로 히트치는 열린책들. 사진 장르에 사회와 역사의 입김을 불어넣는 눈빛출판사, 상업주의와 맞서는 출판인의 고독 동문선, 북한책 전문출판사 살림터.

4장 저작권의 세계. 인세印稅. 인지印紙. 개가改嫁한 책-『토지』, 『장길산』, 『태백산맥 』. 패러디 소설 - 김영현의 「벌레」(카프카의 「변신」), 김석희의 「이상의 날개」(이상의 「날개」). 1995년 현재 최고액 로열티 기록을 세운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 한국과 중국의 출판 교류가 본격화되면서 불거진 저작권 침해. 중복출판사 백과사전 덤핑.

5장 책과 사람들. 구조적 모순을 파헤친 아동문학의 신기원, 권정생의 『몽실 언니』. 경남 고성 귀거래사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를 그만두고 변산공동체를 꾸린 철학자 윤구병. 줄기차게 전개해온 한글전용 운동 천재 공병우. 중국관련 모든 자료를 모은 삼련서점三聯書店의 김명호. 일본속 한국인의 당당한 삶 목사 김영. 서점 최초 전문경영인 종로서적 이철지. 한시대를 관통한 정신사의 빛, 연대체連帶體의 신영복. 옛책 전문서적 호산방壺山房의 박대헌. ‘청결한 민족주의자’ 재미언론인 심재호. 야생화연구가 김태정. 궁핍한 정치ㆍ경제사를 포착한 리얼리즘 사진가 강운구. 진짜 농투성이 농민운동가 장영근. 철학을 저잣거리로 하방시킨 철학자 이왕주. 국내 최초 회화극본 민족사를 그린 만화가 김산호. 3극점 7대륙 정상을 밟은 산사나이 허영호. 90년대 논리 열풍 위기철. 사랑과 정열, 집념의 세월 조안 리. 한중 출판교류의 분수령 정인갑.

6장 90년대 한국 출판의 풍경. 베스트셀러 제조. 1995년 현재 만이천개 국내 출판사, 일 년에 한 권의 책도 내지 않는 ‘휴면’출판사가 70%. 장서표藏書票. 조선의 책표지로 사랑받은 능화菱花 무늬. 경제평론가 정운영과 작가 복거일의 자유주의 논쟁. 출판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고단샤는 1909년 창사 이래 십만여종 발행, 1994년 한 해 기준 단행본 천팔백여종, 잡지 쉰여덟종, 직원 천 이백병.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는 객관성을 갖춰 전국 서점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지표. 양서목록하나 갖지 못한 우리 시대의 궁핍. 1994년 빌 게이츠가 삼천팔백만 달러에 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육필집.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1) 2025.03.19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0) 2025.03.18
무족영원  (2) 2025.03.13
인류의 진화  (1) 2025.03.12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7)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