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신영복의 엽서

대빈창 2025. 1. 3. 07:30

 

책이름 : 신영복의 엽서

지은이 : 신영복

펴낸곳 : 돌베개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1996), 『더불어 숲』 1·2(중앙M&B, 199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돌베개), 『신영복의 엽서』(돌베개, 2003),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2004), 『처음처럼―신영복 서화 에세이』(중앙M&B, 2007), 『청구회 추억』(돌베개, 2008),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2012), 』『담론』(돌베개, 2015), 『사람아 아! 사람아』(다섯수레, 1991),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다섯수레, 1993), 『中國歷代詩歌選集』  1·2 ·3·4(돌베개, 1994)

 

나의 손에 펼쳐진 우이牛耳 신영복(申榮福, 1941-2016) 선생의 책들이다. 책들은 강화읍내 유일서점 〈청운서림〉을 거쳤거나, 온라인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다. 몇 권은 누군가의 손을 탔고 돌아오지 못했다. 신영복 선생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게 하였다는 위안을 가졌다. 분실한 책이 아깝지 않았다. 선생이 돌아가시고 허전한 마음에 읍내서점에 책을 주문했다. 『中國歷代詩歌選集』 네 권과 『신영복의 엽서』를.

벌써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 묵은 책을 꺼내 들었다. 포장된 얇은 비닐을 벗겨냈다. 새해에도 여지없이 〈더불어숲〉에 선생의 서화달력을 주문했다. 벽걸이용과 탁상달력. 연례행사처럼 붉은 글씨 〈禁酒〉를 프린트해서 달마다 풀로 붙였다. 의지박약 나로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금주를 지켜나가고 싶었다. 술을 끊은 지 어느덧 5년 8개월이 되었다. 뼈를 묻을 때까지 지켜나갈 것이다. 오랫만에 선생의 책 리뷰로, 2025년 을사乙巳年 첫 글로 포스팅했다.

『신영복의 엽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육필 원본을 영인한 것이다. 선생의 친구 이영윤은 여러 친구를 대신하여 1993년도 영인본 서문 「우리 시대의 고뇌와 양심」에서 말했다. “작은 엽서 속에 한자 한자 또박또박 박아 쓴 글씨는 그가 인고해 온 힘든 하루하루인 듯 그 글은 결코 범상한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게 하였다.” 선생은 1968년 7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후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20년20일을 감옥에서 보냈다. 선생이 영어의 몸으로 쓴 230여 편의 봉함엽서와 조각글, 그림을 컬러 영인하여 옥중생활의 체취와 기록들을 원본 그대로 살렸다.

‘시대의 참 지식인’ 신영복 선생은 2016년 1월 15일, 향년 75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겉표지를 다시 싸서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선생의 책들 곁에 꽂았다. 구타, 전기고문, 수차례의 사형 구형 및 선고 끝에 무기수의 삶을 사신 선생을 떠올리며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추슬렀다. 어디선가 선생의 속삭이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세모의 한파와 함께 다시 어둡고 엄혹한 곤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곤경이 비록 우리들이 이룩해 놓은 크고 작은 달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다만 통절한 깨달음 하나만이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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