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도둑괭이 앞발 권법

대빈창 2025. 8. 19. 07:00

 

책이름 : 도둑괭이 앞발 권법

지은이 : 박경희

그린이 : 이희재

펴낸곳 : 실천문학사

 

시인 유용주의 산문집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걷는사람, 2018)에 실린 「귀신 이야기」에서 시인 박경희(朴卿喜, 1974- )를 처음 만났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미나리아재비』(창비, 2024)에 실린 시 한편을 어디선가 눈동냥했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다. 세 권이 떠올랐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과 근작 시집을 읽었다. 2015년에 출간된 동시집까지 모두 섭렵했다.

시인은 고향 충남 보령에 살며, 몇 고개를 넘어야 닿을 수 있는 학교의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눈물 많은 시인을 아이들은 ‘울보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살아생전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제 시에 힘을 불어넣어 준 임길택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책장으로 눈을 돌려 임길택 선생의 산문집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보리, 2004)에 눈길을 주었다.

동시집의 판형은 178*216으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양장본으로 꾸며, 제본에 공을 들였다. 1부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의 13편은 시골마을의 모습을 노래했다. 2부 ‘대갈장군 돌머리’ 14편은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렸다. 3부 ‘아궁이 속 푸른 별’ 14편은 결손가정 아이들의 슬픔이 눈에 띄었다. 4부 ‘우리 아빠 짱’ 14편은 시골마을에서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했다. 시골아이들의 순박함과 가족 간의 깊은 정이 느껴지는 55편이 실렸다.

4부에 실린 「그냥 우리 동네 사람」(86-87쪽)은 엄마가 다른 사람인 시골마을의 다문화가정을, 「세령이는」(88-89쪽)은 엄마가 이혼하고 가출한, 발가락이 붙은 기형으로 태어난 세령이, 「지구가 아프대요」(98-99쪽)는 지구가열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그렸다. 마지막은 표제시 「도둑괭이 앞발 권법」(24-25쪽)의 전문이다.

 

햇빛 쨍쨍 나면 / 농립 쓰고 / 비 자박자박 내리면 / 비닐 봉다리 쓰고 / 눈 사락사락 내리면 / 목도리로 칭칭 돌리고 // 세 자매 할머니 / 장터에 가면 / 한 자리에 쭉 앉아 / 닭처럼 졸고 있습니다 // 진창 훑어 잡은 미꾸라지에 / 환장하는 고양이가 / 슬쩍슬쩍 앞발로 / 획획! 아보오오오오! // 미꾸라지 건져 올리는 것도 모르고 / 엉덩이 살짝살짝 들면서 / 방귀 뿡뿡 뀌면서 / 닭처럼 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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