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어른의시간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는 시인 강제윤(1966- )의 간병일기였다. 시인의 어머니는 10년전쯤 치주암 수술을 받고 완치된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2019년 10월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2022년 10월 영면하셨다. 시인은 3년 동안 페이스북에 어머니의 발병부터 수술 결정, 항암·방사선치료를 거치며 회복과 쇠약을 반복하는 아픔을 일기 쓰듯 올렸다.
부제가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로 차례는 4부에 나뉘어, 83꼭지의 글을 담았다. 나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책갈피를 한장 한장 넘겼다. 나의 어머니는 2023년 10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시인은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진통제를 써서 고통을 줄여가며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신 뒤 생을 마치게 해드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은 마약성 진통제도 소용없었다. 대학병원에서 10시간 이상의 대수술과 서른 번의 방사선 치료와 네 번의 항암치료를 받으셨다. 수술 후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영양실조로 인한 정신착란, 섬망 증세가 나타났다.
1부 나 아직 살아있니? 어머니께서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덜 고통 받고 사실 수 있게 돕는 것이 자식으로서의 도리. 어머니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들. 입맛이 없으니 매 끼니 새로운 미음과 새로운 국물을 만들어야 하는. 요양원에서라면 불가능했을 음식들을 곁에 있으면서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직접 해드리는. 예방보다 치료가 중심인 이 나라 의료시스템의 한계로 환자와 가족이 끊임없이 공부해서 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대단한 것이 기적 같지만 일상을 지키고 회복하는 것만큼 큰 기적도 없는. 환자를 돌보는 일은 끊임없는 공부와 정보 수집.
2부 어머니의 레시피. 월동무는 냉장고 채소 칸에 보관해야 석달이 지나도 멀쩡. 어머니가 손수 드시니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먹게 된 것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기쁨. 평온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는 큰 행복. 어머니는 섬음식 백과사전. 자식들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것만을 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계시는 어머니. 된장, 고추장, 간장, 액젓을 만들고 삭히는 정성과 시간들은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한. 아무리 자식이 어머니를 잘 모신다해도 자식은 그저 자식일 뿐. 너무도 부드럽고 단 어머니가 조리로 걸러서 해주신 잡곡밥.
3부 내 삶의 스승이신 어머니. 오래 전에 작은 식당을 하실 때 걸인들이 구걸을 오면 늘 밥을 먹이거나 돈을 쥐어주어 보내셨던 어머니. 이번 생에 나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 받고 살다 가시게 하는 일. 고통의 와중에도 어머니는 늘 자식 걱정 뿐. 어머니와 함께 식사 한끼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 어머니가 병마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내시는 유일한 이유가 아들 건강을 지켜주려는 것.
4부 어머니와 함께 한 3년간의 동행. 자식 위해서라면 지옥 같은 삶도 감내하며 살아내는 어머니. 자신의 어머니 한 분도 못 구하면서 세상을 구해 보겠다고 치기어린 삶을 살았던 아들. 어머니는 살기 싫으신 게 아니라 자식 고생시키는 것이 미안. 평생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셨던 어머니. 입맛이 살아나면 삶의 의욕도 살아나는. 당신 간병하느라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산다는 미안함 때문에 또 삶을 놓고 싶어 하시는. 평생을 정갈하게 살아오신 어머니는 자신의 병들고 추해진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으신. 아들의 손은 꼭잡고 당신이 살던 집에서 영면하신 어머니.
섬에서는 마당이나 텃밭에 묘를 쓰고 시시각각 고인과 마주하며 살아갔다. 어머니와 시인의 고향은 보길도였다. 시인은 어머니의 뜻대로 무빈소 가족장으로 장례를 조용히 치렀고 간소한 추모식만 가졌다. 시인은 어머니의 유골함을 살고 있는 통영 거처로 옮겨서 옆에 모시고 내내 함께하고 있다. 시인은 “함께 고해의 강을 건너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는 메모했다. 구강암 수술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시는 어머니의 영양실조가 시인은 걱정이었다. 미음에 섞어 드린 영양보조제 옥타미녹스와 글루타데이가 어머니의 기운을 북돋웠다. 1회 10분 방사선 치료를 받는 비용이 자부담과 보험공단 부담을 합하여 400만원 가까이 됐다. 어머니 한 사람 30회 방사선 치료비가 무려 1억 2,000만원(자부담 5퍼센트 제외)이나 됐다. 병원은 무조건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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