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화살시편
지은이 : 김형영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군립도서관 《지혜의숲》 시집코너 앞에 섰다. 표제가 어딘가 낯익어 빼든 시집이었다. 너무 늦었다. 시인 김형영(金炯榮, 1944-2021)은 향년 77세로 고인이 되셨다. 『화살시편』은 시력詩歷 53년째를 맞은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1966년 『문학춘추』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은 ‘직관을 통해 간결하게 함축된 성서적 시어로 삶의 태도’를 드러냈다.
가톨릭에서 자신의 간절한 심정을 순간적으로 짧게 올리는 화살기도oratio jaculatoria에서 연상된 표제였다. 요한복음서, 창세기, 마태오 복음서, 루카 복음서, 사도행전, 잠언, 욥기의 구절을 참조한 행行들이 곧잘 나타났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해설 「성서적 상상력과 직관의 힘」에서 “단순성의 미학에 눈을 돌려 간결한 시 형식으로 인간 정신의 평형을 회복”(109쪽)했다고 말했다. 1부 ‘그 시간’의 28편은 노년 시인의 삶과 성찰이 녹아있다. 2부 ‘지금 피는 꽃은’ 14편은 시인은 일상적인 풍경을 주목했다. 3부 ‘화살시편’ 29편은 연작시로 서너행으로 이루어진 단시였다.
시편에는 많은 문인들이 등장했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시인 임영조, 시인 정현종, 시인·소설가 윤후명, 시인 임정남·강은교·석지현·정희성, 시인 서정주, 시인 고은, 시인 유안진, 문학평론가 김병익, 소설가 이청준, 소설가 최인호, 시인 김영석, 시인 오상순 그리고 법정스님과 조광호 신부까지.
시인은 말했다. “내 시는 모두 미완성의 완성이다. 쓰고 고치고, 또 고쳤는데도 내 시는 여전히 미완성 진행형이다. ‘내가 만일 나 자신을 온전히 떠나’ 세상과 만나는 시간이 오면 허공에 매달린 홍시 하나로도 하늘의 종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시 「서시」(11쪽)의 전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을 빌려, 불가능을 알면서도 50여 년 간 매진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바닷가 모래밭에 / 한 아이 구덩이를 파서 / 바다를 담고 있네. / 조개껍데기로 퍼 담고 있네. // 거기서 뭐 하느냐 물으면 / “바닷물을 다 담으려고요.” / “그건 불가능하단다.” 일러주어도 / 아이는 계속해서 퍼 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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