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대빈창 2025. 8. 25. 07:00

 

책이름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지은이 : 마르셀 에메

옮긴이 : 이세욱

펴낸곳 : 문학동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파리 몽마르트 오르샹가 75번지 2호 4층에 사는 등기청의 하급직원 뒤티유욀은 특이한 능력을 마흔 세 살에 깨달았다. 벽을 뚫고 나가는 능력이었다. 신임과장 레퀴예는 뒤티유욀을 성가시고 추저분한 퇴물 취급했고 사무실에 인접한 어둠침침한 골방으로 쫓아냈다. 뒤티유욀은 벽을 뚫고 들어가 과장 방 벽면에 머리만 내놓고 욕을 했다. 과장은 너무 놀랐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뒤티유욀은 은행, 보석가게, 신용금고를 털고 ‘가루가루’라는 사인을 남겼다. 대중들은 열광했다. 동료들을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경찰에 잡혔다가 교도소를 탈출했다. 그는 완벽하게 변장했고, 의심많은 남편을 가진 금발 미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뒤티유욀은 능력을 없애려고 의사가 처방해 주었던 약을 아스피린으로 착각해 먹었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사랑을 나눈 뒤 벽 밖으로 나서려다 능력이 약해지면서 벽에 갇혔다.

「생존 시간 카드」 새로운 배급제는 군입들의 생존권을 박탈했다. 노인, 퇴직자, 금리생활자, 예술가 등이었다. 주인공 작가는 한 달에 보름만 생존이 허용되었다. 이웃사람 칠십대노인 로캉통은 한 달에 엿새, 스물네살의 아내는 보름이었다. 배급표가 떨어지면 비존재 속으로 들어가 머물렀다. 작가와 로캉통의 젊은 아내는 바람을 피웠다. 생존 시간 배급표 암시장이 형성되었다. 일생일대의 여자 엘리자를 만났으나, 그녀가 비점령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뒤 모두가 허사가 되었다. 둘 사이에 튀었던 불꽃은 우연이었고, 일시적인 기분의 소치였다. 생존 시간 카드를 폐지하는 법령이 다시 공포되었다.

「속담」 난폭한 가장 자코탱의 가족은 초라한 아내, 눌러앉은 쥘리 고모, 분에 넘치는 치장을 하는 열여덟·열일곱 두 딸, 열세살 아들 뤼시엥 이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코탱은 일주일동안 국어숙제를 안 한 아들을 밥상머리에서 닦달했다. 숙제는 ‘잰 놈 뜬 놈만 못하다’라는 속담 설명이었다. 열한시가 되어서야 자코탱은 뤼시엥의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선생은 20점 만점에 3점을 주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코탱은 아들에게 속담 숙제에 대해서 물었다. 뤼시엥은 오히려 아버지에게 연민이 들었다. 최고점수 13점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칠십 리 장화」 가난과 겸손을 운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파출부 제르멘 뒤주는 몽마르트 언덕 돌계단 아래에서 하교길 아들을 기다렸다. 앙투안은 엄마를 피해 동아리 원정대와 인적이 뜸한 고물상으로 향했다. 꼬마대장 프리울라와 어린 소년 바랑캥 등 6인조였다. ‘칠십 리 장화’는 프랑스 작가 샤를르 페르의 「엄지동자」에 나왔다. 고물상 진열창의 칠십 리 장화를 구경하다, 괴팍한 고물상 주인이 왜가리 박제를 갑자기 들이밀자 아이들을 놀라 줄행랑을 놓았다. 배관공사의 2미터 구덩이에 빠졌다. 겨울철로 땅이 얼어 아이들은 골절상과 찰과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아이들은 각자 부모께 칠십리 장화 이야기를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손에 넣지 못했다. 제르멘 뒤주는 앙투안이 칠십 리 장화를 갖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운좋게 칠십리 장화를 싼값에 손에 넣었다. 앙투안은 칠십 리 장화를 신고 도약했다. 아침 햇살 다발을 잠든 어머니 작은 침대에 올려놓았다.

「천국에 간 집달리」 프랑스 작은 도시의 집달리 말리코튼은 잠들었다가 죽었다. 1심재판 성聖 베드로의 실수로 하느님은 말리코튼을 다시 땅으로 내려 보냈다. 말리코튼은 사후의 심판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새 공책에 적어 내려가며 선행을 하기 시작했다. 서기 브리숑 영감과 파출부 멜라니의 월급을 올려주었다. 도시 빈민가 사람들에게 오십 프랑짜리 지폐를 놓고 나왔다. 허름한 4층 꼭대기층 지붕밑 방에 사는 고단한 여인과 두세살된 아기를 찾아갔다. 151가구가 세들어 사는 집들의 주인 조르주탱이 밀린 방세를 내라고 악다구니를 쳤다. 집달리는 집주인에게 대들었고, 조르주탱은 겁을 먹고 권총을 빼들었다. 다시 하느님과 베드로 앞에 선 집달리 말리코튼은 천국에 들어갔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1900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 마르셀 에메(Marcel Aymé, 1902-1967)의 단편소설 다섯 편을 한 권으로 묶었다. 에메는 인간 부조리에 주목했으나 형이상학적 방식 대신 현실에 환상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문제제기를 했다. 책판형은 157*197로 양장본이었다. 그는 장편소설 열여덞권과 단편소설 78편, 콩트 18편을 남겼다. 프랑스 백과사전 『위니베르살리스』의 추천사는 이랬다.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작가가 되려고 표나게 애쓰지 않아도 장인 정신의 당연한 귀결로 자연스럽게 위대한 작가가 된다. 마르셀 에메가 바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