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대빈창 2011. 7. 20. 06:33

 

 

 

책이름 :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지은이 : 이계삼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이 땅에서 하루에 출간되는 책이 200여권이나 된다. 이 홍수같이 쏟아지는 책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영혼을 살찌우는 양서일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인간이 호흡하는데 절대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해코지하는 쓰레기 같은 책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몇 번이나 먹먹해지는 가슴을 추스르며 깊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독서대에 책을 올려놓고 바른 자세로 정독을 했다. 민들레 교회의 최완택 목사는 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하는 이들은 이 젊은 스승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나의 후배들이 한때나마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고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책날개 저자의 짧은 이력을 읽는다. 1973년 경남 밀양 출생. 경기 김포 통진중학교, 통진고등학교을 거쳐 경남 밀양 밀성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침. 전교조 밀양지회 활동 등. 그러고 보니 지은이는 전교조 1세대 선생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우리의 교육,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글들 37편이 1·2부에 나뉘어 실려있다. 이 땅은 영혼 없는 충성심만 가득한 신민(臣民)을 길러내는 국가, 기술과 노동력이 필요한 자본, 자기 자식만 땀 흘리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 이들 3자가 결탁한 아동가학시스템이라 불러야 할 형편없는 교육 체계가 가동되고 있으며 세계에 자랑하는 압축고도 경제성장은 물질적 탐욕과 이기심 보장을 위한 욕망의 시스템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기록적인 무역수지 흑자와 경제 규모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은 확대되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진다. 그것은 IMF이후 알짜 기업들이 초국적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가, 이윤이 서민경제로 흘러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무역에서 800조원의 적자를 본다. 그런데 펜타곤은 매년 2,000조를 쓴다. 그것은 미국이 전 세계에 굴리는 평택 대추리 같은 군사기지가 751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 뿌려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땅의 천둥벌거숭이들은 환상 속의 미국을 찾아 기를 쓰며 따라가려 안달이다.

‘부당한 일에는 끼지도 말고, 물러서지도 않는 당당한 아이들’로 키우려 애쓰는 한 젊은 교사의 교육관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젊은 교사는 ‘한겨레 21’ 과월호를 싸게 구입해, 제자들에게 한권씩 돌려 읽으며, 노트에 인상적인 기사를 선정해 요약과 자기 소감을 적는 과제를 내준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고등학교 1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신입생의 국어 선생은 대학을 막 졸업한 총각 선생님이었다. 얼굴이 여드름투성이인 선생의 별명은 멍게였다. 그런데 선생의 교육방식과 시험출제는 획기적이었다. 사지선다형에 익숙한 아이들은 선생의 주관식 시험출제에 맥을 못 추었다. 100점 만점에 30점 이상만  받으면 열 손가락에 들었다. 0점이 과반수가 넘었다. 하긴 그 시절에는 내신등급이 없었다. 하지만 모범생들은 시험때마다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과제는 일주일에 한번 4대 신문의 사설을 노트에 오려붙이고 한자의 토를 달아 검사를 받았다. 그 시절 신문의 사설은 세로 글씨였고, 조사를 제외하고 모두 한문이었다. 2년을 꼬박 선생의 엄한 불호령에 시달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국문학을 전공한 계기가 선생의 영향이었다. 유신정권 말기. 파시즘이 극악을 떨치고, 학교교육인지, 군사교육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교련에 목을 매달던 당시의 교육환경에서 내가 유일하게 흥미를 끌었던 과목이 국어였다. 반공이데올로기로 중무장한 교련선생의 폭력이 어떻게 어린 학생의 영혼을 파괴시켰는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그런데 세월은 흘러 그때의 교련선생은 교장이 되었고, 훌륭한 젊은 선생은 고향으로 내려 가셨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말을 죽였을까  (0) 2011.08.08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0) 2011.07.28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0) 2011.07.18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0) 2011.07.14
택리지  (0)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