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대빈창 2025. 4. 4. 07:00

 

책이름 :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지은이 : 함민복

그린이 : 송선옥

펴낸곳 : 사계절

 

온라인서적 검색창에 가장 많이 두드린 이름은 함. 민. 복 석자였다.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이 출간된 지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넘겼다. 나는 줄곧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는 생각지도 못한 세 번째 동시집이었다. 『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 2009),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문학동네, 2019)에 이어. 내가 시인을 만난 세월이 30여년이 다 되었다. 나는 시인 친구를 둔 덕분에 휘날리는 듯한 멋진 자필서명의 시집·산문집 전부를 갖고 있다.

시인의 강화도 첫 둥지는 마니산 기슭 화도 동막의 기울어가는 농가였다. 우리는 첫 만남에서 주꾸미 두루치기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두 번째 거주지는 집이 아니라 방 한 칸이었다. 길상면소재지 온수리 파출소 골목의 방음과는 거리가 먼 시멘트블럭 월세 단칸방이었다. 좁은 방에 쌓인 책들로 시인은 제대로 발이나 뻗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세 번째는 전세를 얻은 신혼집이었다. 길상면 장흥리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처마 낮은 언덕집 마당의 잔디는 푸르렀고, 황토칠을 한 벽이 보기 좋았다. 현재 살고 있는 여우고개 아래 소담마을의 은암재隱巖齋는 강화도의 천년고찰 전등사를 품은 정족산을 뒷산으로 삼았다. 

동시집은 4부에 나뉘어 45편이 실렸다. 아동문학평론가 우경숙은 해설 마음이 다니는 길 을 이렇게 시작했다. “함민복의 동시는 질문을 남긴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좋은 언어는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완전한 상실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기를 수 있을까, 질문을 얻는 것만으로 충만해진다.”(70쪽) 평론가가 말했듯이 주위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시인이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선한 이를 하늘도 도왔다. 시인은 우연찮게 검진을 했고, 위험 고비에서 관상동맥 수술을 받았다.

시인이 하늘이 부여한 삶을 온전하게 살면서 따뜻한 글을 많이 남겼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까지 수없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지만. 시인의 얼굴을 본 지가 꽤 되었다. 소담마을 은암재의 네모난 연못도 구경하고, 동시집에 사인도 받아야겠다. 시인은 말했다. “어떤 감동적인 장면, 슬프거나 아름다울 때 눈가가 좀 젖어서 물기에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처럼 내 마음을 많이 움직인 순간들, 그런 마음들을 담아보려고 했다.” 마지막은 「새 식구」(50쪽)의 전문이다.

 

무지개다리 건너간 내가 / 어느 날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 / 치우지 못한 네 집에 / 길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와 산다 // 네 밥그릇이 고양이 밥그릇이 되고 / 네 물그릇은 고양이 물그릇이 되고 / 멍멍멍 대신 야옹야옹 소리가 나고 / 네 집이 고스란히 고양이 집이 되었다 // 까치랑 참새랑도 밥을 나눠 먹던 / 착해 빠진 네가 벌써 허락한 거겠지 / 떠난 너는 이제 까맣게 잊으라고 / 하얀 네가 까만 친구들을 보내 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