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용은 없다
지은이 : 이시백
펴낸곳 : 삶창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삶창, 2006) / 누가 말을 죽였을까(삶창, 2008) / 종을 훔치다(검둥소, 2010) / 갈보 콩(실천문학사, 2010) / 나는 꽃 도둑이다(한겨레출판, 2013) / 사자클럽 잔혹사(실천문학사,2013) / 검은 머리 외국인(레디앙, 2015) / 응달 너구리(한겨레출판, 2015) / 아프리카 버스(도서출판b, 2022)
지금까지 내가 잡은 소설가 이시백(1956- )의 소설집·장편소설·산문집이다. 군립도서관 검색창에 이. 시. 백 석자를 때렸다. 출간된 지 3년이 지난 장편소설을 발견하고 서둘러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의외로 소설을 찾는 손길이 분주했다.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작가의 풍자와 해학에 중독되었는지 모르겠다. 희망도서는 5년 이내 출간도서로 한정되었다. 작가의 『유목의 전설』(문전, 2020)을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또다른 몽골에세이 『당신에게, 몽골』(꿈의지도, 2014)처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용은 없다』에서 트레이드마크, 풍자와 해학은 여전했지만 우화와 설화에 방점을 찍었다. 작가 유용주는 표사에서 말했다. “어른을 위한 우화다.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신화가 구석구석 깔려 있다.”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보르헤스처럼 실제와 가상이 교차하는 문헌을 주석으로 붙였다. 소설은 산업화를 배경으로 용꿈을 꾸지만 좌절하고 마는 3대에 걸친 민초들의 이야기였다.
‘하늘에서 미꾸라지들이 떨어질 때 몽룡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7쪽) 첫 문장이다. 아버지는 강에 그물을 걷으러갔고, 몽룡은 하늘에서 떨어진 미꾸라지 대열을 따라갔다가 산속 굴피집 산막에서 숯검정 처녀 아지를 만난다. 숯을 지고 읍내 장에 나간 아지의 아비는 홍수가 난 개울에서 변을 당했다. 몽룡과 아지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형제 금룡과 은룡, 그리고 나이 터울이 많은 딸 말희가 태어났다. 주인공 금룡은 국가 폭력에 노출된 민중의 고통을 대변했다. 번번이 정보기관원 검은색 안경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하지만 금룡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금강불괴의 몸을 가졌다.
국가폭력의 상징 애꾸왕은 박정희로, ‘강살리기’ 사업의 녹색성장 거울왕을 나는 이명박으로 읽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말희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애꾸왕에게 잡혔다가 탈출했으나 끝내 죽음을 맞았다. 고산족과 천변족의 도시빈민들이 살아가는 쌀개울에서 금룡은 가족을 이끌고 평지로 진출했다. 여기서 평지는 부자들의 동네가 아니라 ‘텍사스촌’이었다. 애꾸왕으로 상징되는 독재정권의 폭력과 더불어 주둔군의 존재, 외세를 부각시켰다. 작가는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이야기를 통해, 한국근대사에 접근하며 민중적 관점에서 독자에게 묻고 있었다.
5·18문학상은 5·18기념재단에서 주관하는 문학상이다. 2021년도는 공동수상작이 나왔다. 시인 안상학의 시집 『남아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과 이시백의 장편소설 『용은 없다』이었다. 작가는 말했다. “‘소설은 이야기’라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요. 요즘 많은 작가가 나왔지만, 이야기가 사라졌다는 말이 많더군요. 할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이야기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그런 이야기책의 어떤 즐거움을 우리 소설에서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