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한국인의 기원
지은이 : 박정재
펴낸곳 : 바다출판사
“주기적인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인구 집단, 이른바 ‘한국인’을 만들었다.”
우리 한국인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을까. 이 땅의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온라인 서적을 서핑하다, 눈이 번쩍 떠졌다. 신간 서적을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책을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군립도서관 분점에도 책이 들어왔다. 이제야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지리학자 박정재는 『한국인의 기원』에서 고유전학, 기후학, 고고학, 언어학 등의 자료를 통합해 한국인의 기원에 대한 근거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인의 뿌리는 북방계의 영향으로 몽골인과 유사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고유전학 발전으로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인은 몽골인과 차이가 큰 반면 중국 북동부 사람이나 일본인과 가까웠다. 한국인에 영향을 준 것은 알타이 산맥이나 바이칼 호수 주변의 북방계가 아니라 남쪽에서 기원한 남방인이었다.
책은 5부 16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아프리카 밖으로’는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 각지로 퍼져나간 후 지역별로 집단을 조성하는 과정. 2부 ‘생동하는 기후와 인류의 이동’은 2만5000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빙기 최성기부터 지금까지 북반구의 기후 변화와 유라시아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 3부 ‘사피엔스, 한반도로 들어오다’는 북방에서 한반도로 내려 온 수렵채집민 집단, 4부 ‘한국인의 기원’은 북방에서 내려온 농경민 집단이 기후 변화를 피해 한반도로 내려와 지금의 한국인의 형성. 5부 ‘기후와 한국인의 미래’는 1-4부의 내용을 정리하고, 한국인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한국 청동기 중기의 대표적 문화, 한반도 최초의 벼 농경 집단 송국리 문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3200년전 동북아가 한랭건조해지자 랴오시 지역의 샤자덴 하층문화 집단사람들은 물리적 갈등을 피해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다 금강 중하류, 지금의 부여, 공주, 논산, 익산 등지에 자리 잡았다. 북방 농민들은 따뜻한 남쪽 기후에 만족하여 익숙한 솜씨로 논을 조성하고 쌀을 생산했다. 이들이 바로 한반도 최초의 벼 농경 집단이라 부르는 송국리 문화의 주인공이었다.
과거 한반도의 사회 변동은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한반도는 대부분 산지였고, 동아시아의 외곽에 위치하여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민 수는 많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질 때면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왔다. 2만5000-1만8000년 전의 마지막 빙기 최성기나 8200년 전의 강력한 추위가 덮친 시기는 그 흐름이 뚜렷했다. 기온이 오르면 이들은 익숙한 북방의 초원 지대로 되돌아갔다. 홀로세에 접어든 후 온난습윤한 환경이 이어지면서 이주는 잦아들었다. 4800년 전 기후 최적기가 끝나고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움직임의 변화가 있었다. 이후 발생한 대부분의 이주는 500년 주기의 장주기 엘니뇨와 200년 주기의 태양활동 변화 때문이었다. 장주기 엘니뇨가 강화되고 흑점 수가 감소할 때마다 가뭄과 추위가 동북아에 몰아쳤고, 사람들은 더 낳은 땅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이동은 대부분 랴오시 지역에서 시작해 랴오둥을 거쳐 한반도 남부 그리고 일본으로 넘어가는 경로였다. 대략 1000년마다 나타나는 온난기에는 외부인의 유입이 적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한랭기에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이주민에 의해 한반도는 큰 혼란을 겪었다. 중기 청동기 저온기(3800-3400년전), 철기 저온기(2800-2300년전), 중세 저온기(1900-1200년전)에는 랴오시와 랴오둥에서 많은 사람이 한반도로 내려왔다. 청동기 최적기(3400-2800년전), 로마 온난기(2300-1900년전), 중세 온난기(1200-750년전)에는 온화한 기후의 사회 안정기였다. 저온기가 찾아올 때마다 북방민이 남하하여 한반도 남부 사회는 대내외적인 갈등에 휩싸였지만, 이들은 선진 문물을 전해주면서 지역이 발전하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중기 청동기 저온기에는 벼 농경 문화, 청동 저온기에는 동검문화와 원시 한국어, 중세 저온기에는 철기 기마문화가 전파되어 한반도의 부족사회가 고대국가 체제를 갖추었다. 약 8200년전 추위에 아무르강 유역에서 내려온 수렵채집민 집단, 중기 청동기 저온기와 약 3200년전 산둥, 랴오둥, 랴오시 등에서 이주한 농경민 집단, 철기 저온기에 랴오시와 랴오둥에서 남하한 점토대토기 문화집단, 중세 저온기에 북방에서 내려 온 고조선과 부여의 유민이 혼합되어 현대 한국인으로 이어졌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의 화두는 ‘지구온난화’였다. 실제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은 1950-1960년경이었다. 이때는 자연과 사회 모든 부문에서 이전에 비해 변화 속도가 크게 상승해, 20세기 중반을 ‘대가속’시대라고 한다. 1950년까지 대체로 자연스러운 기후 변화 주기로 조절되던 기온이 대가속 시대를 거치면서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 생태계와 인류는 전례없는 지질시대인 ‘초간빙기’로 진입할지도 모른다.
지리학자는 말했다. “미래 한국인들은 고대 조상들처럼 다시 ‘기후 난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이 북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인류 전체의 종말 또한 그리 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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