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지은이 : 권선희
펴낸곳 : 창비
신간 시집을 검색하다 표제가 눈에 띄었다. 황해의 작은 외딴섬이 삶터인 나는 바다와 섬을 노래한 詩들에 끌렸다. 낯선 시인 권선희(1965- )를 만났다. 시인은 1998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은 『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꽃마차는 울며 간다』(애지, 2017)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었다. 4부에 나누어 59편이 실렸다.
시인 송경동은 표사에서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이해와 우애와 연대와 사랑의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까지 일깨워주는 주술 같은 시들”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 장은영은 해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말」에서 “구룡포에서 사는 가난한 자들의 굴곡 많은 인생사, 지상과 바다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목숨의 연대와 공동운명체를 발견”했다. 시인은 ‘20여 년 간 줄곧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곡절하게 노래’했다.
가엾은 팔자의 무당, 목욕탕 때밀이, 코로나로 문 닫은 횟집 사장, 다방 레지, 물질하다 쓰러진 늙은 해녀, 트럭 행상, 암전문요양병원 입원환자, 은퇴한 용 문신의 사내, 약으로 쓰려고 산비둘기를 잡은 집사, 좌초된 만장호 유족, 평화시장 시다 노동자, 소년원 출소한 살인누명 쓴 떠돌이, 망치질 굳은살의 배 목수, 술 몇 잔에 모래밭을 개발업자에 넘긴 어촌 노인네들, 매미집 수정옥, 꽃게잡이 중국인 선원, 천왕반점 짜장면을 마주한 부녀, 간첩으로 몰린 납북어부, 용왕께 기도 올리는 해녀.
표제는 물질하다 숨넘어가는 팔순 넘긴 해녀를 살리려는 동료 해녀들의 성화를, 죽은 동료를 살리려는 돌고래들의 안간힘에 비유한 「물의 말」(88-89쪽)의 5연에 따왔다. 광덕사가 있는 충청도 어느 마을에 돌미역 택배를 보내는 시인을 읊은 「택배」(50쪽)에서, 마지막 行 ‘그대와 함께 병病에 들어 기쁘다고 해도 될까요’에서 시인 김해자를 떠올렸다.
시집은 ‘제16회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작이었다. 문학상은 구상具常 시인의 숭고한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역량 있는 문인을 발굴하기 위해 영등포구와 사단법인 구상 선생 기념사업회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문예전이었다. 마지막은 「2월」(100쪽)의 전문이다.
대추나무가 마당 길게 그림자를 그리는 오후 // 눈이 녹는 들판에 한 무리 까마귀 핀다 // 빨랫줄에 널어둔 이불이 날려 늙은 자전거를 덮는다 // 한 노인이 한 노인이 떠난 집 대문으로 들어선다 // 개집 앞 물그릇 살얼음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