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지은이 : 코이코이족·산족(W. H. 블리크 채록)
옮긴이 : 이석호
펴낸곳 : 갈라파고스
독일 인류학자·언어학자 W. H. 블리크(W. H. Bleek, 1827-1875)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산족 하인들로부터 채록한 이야기에서 가장 시적인 것을 선별해 『부시먼 민담집』으로 묶었다. 코이코이족·산족은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로 알려진 부족이었다.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 부근에서 수렵·채집생활로 살아가고 있다. 혈통적으로 근친간의 두 부족을 ‘코이산족’이라 불렀다. 산족은 우리에게 수풀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부시먼Bushman'으로 잘 알려졌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는 1860-70년대에 구전으로 전해왔던 채록한 시를, 한국의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 이석호가 옮겼다. 그는 해제에서 “구술성은 아프리카 시의 전형적 특성으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시와는 완연하게 다른 미학적 효과를 구현”(122쪽)한다고 했다. 채록 시집은 3장에 나누어 39편이 실렸다. 1장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9편은 코이산족의 신앙과 세계관에 닿는 시들이 다수였다. 2장 11편 ‘죽은 자의 발자국 속으로는 비가 내린다’는 코이산족의 생활상과 죽음관을 소재로 하는 시들을 모았다. 3장 11편 ‘우리는 별이야 하늘을 걸어야 해’는 백인 이주민의 노예로 식민지인으로 노동하는 이야기들이 주로 담겼다.
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는 할아버지 / 비를 부르는 무당 쿤 / 새 떼로 변한 무당들 카보 / 지평선 너머 달을 만든 마티스 / 은하수를 만든 초기 인류 최초의 소녀 / 막대기 불꽃으로 늑대별을 겨눠는 샴족 / 죽은 후에도 살아있는 영혼의 인간 / 재채기로 환자가 살아나는 것을 아는 무당 / 고슴도치 잡는 법을 알려주는 아버지 / 비를 몰고 오는 자칼 구름 / 별이 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들 / 달이 된 마티스의 구두 / 꿈속에서 이야기 책을 만드는 한카소 / 협잡꾼·사기꾼 늙은 카젠 / 보어인에게 매맞아 죽은 양치기 루이터 / 새벽 심장에서 나온 샴족
부시먼은 별, 달, 해, 산, 강, 돌, 구름, 바람 등의 만물에 깃든 영혼을 믿었다. 유럽의 철학은 이를 샤머니즘이라 부르고 탄압했다. 시인 안희연은 추천사에서 “별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영혼의 귀가 필요하고,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부재로 존재하는 것”(124쪽)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채록 시집을 여는 첫시 「말하는 별들」(11-12쪽)의 1·4·5연이다.
할아버지 오두막에서 잠을 잘 때마다 / 난 늘 그 곁에 앉아 있곤 했지 / 밖은 추웠어 / 난 할아버지께 묻곤 했지 / 내가 들은 소리의 정체에 대해 / 꼭 누군가 말하는 소리처럼 들렸거든 / 할아버니는 말씀하셨지 / 별들이 수군대는 소리라고 // (……) // 이 소리는 별들이 내는 소리야 /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한단다 // 할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난, / 별들이 하는 말을 들었지 / 그 소리, 별들이 말하는 소리를 난, / 정말 들을 수 있었어 / 챠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 내가 들은 소리는 / 별들이 스프링복의 눈을 저주하는 소리였다고 / 그래야 우리가 사냥을 잘 할 수 있다고 / 그래야 우리가 짐승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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