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을사년乙巳年, 입하立夏로 가는 텃밭

대빈창 2025. 5. 1. 07:00

 

바야흐로 계절은 24절기 가운데 곡우穀雨를 지나,  입하立夏로 향하고 있었다.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라는 뜻이다. 완연한 봄날씨로 농촌에서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로 새싹과 새순이 돋아났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가열화로 인해 이미 여름 날씨를 보여,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앉혔다.

입하立夏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의 일곱 번째 절기였다.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리고 신록을 재촉하는 계절이었다. 농작물과 함께 자란 잡초 제거에 손길이 바빠지고 해충도 출몰했다. 이미지는 사흘 전 슬라브 옥상에서 잡았다. 작은형이 세 번째 밭 두둑에 땅콩용 투명 비닐을 피복하는 장면이다. 꼼꼼한 성격으로 비닐에 주름 한줄 발견할 수 없었다.

작은 형은 닷새 전에 무경지에 제초제를 뿌렸다. 잡초는 성장을 멈추고 누렇게 말라 죽어갔다. 아침부터 두둑당 퇴비 두 포 씩을 뿌리고, 삽으로 흙을 일렀다. 넓지 않은 텃밭이지만 혼자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느리게 진행되었다. 형은 토양살충제를 살포하고, 쇠스랑으로 흙을 곱게 깨뜨렸다.

가장 오른쪽 검정비닐이 멀칭된 두둑은 양파다. 짚으로 피복된 두 두둑은 마늘이다. 뒷집형수가 건네 준 하지감자는 보기 좋게 싹이 올라왔다. 감자와 땅콩 두둑 사이의 어린 작물을 완두콩이다. 올해는 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에 터를 잡은 이래 처음으로 땅콩을 세 두둑으로 늘렸다. 이튿날 한 구멍에 땅콩종자 두 알을 넣고, 부직포를 피복했다.

나는 왼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로 몸가누기도 벅찼다. 무릎에 보조기를 차고 목발을 짚은 채 작은형의 밭일을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지난 늦가을부터 바깥출입을 못하셨다. 당신은 하루에 고작 서너 번 실내에서 워커를 끌고 힘겹게 안방과 부엌을 오가셨다. 어머니는 마루 유리문을 밀치고 작은형이 일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셨다. 내가 수술을 받은 날 작은형은 아침배로 섬에 들어왔고 어머니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어느덧 달포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