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도시 논객
지은이 : 서현
펴낸곳 : 효형출판
언젠가부터 나의 독서여정에서 인문적 건축가 서현(徐顯, 1963- )의 책들은 지나칠 수 없는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신간이 출간되면 여지없이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부제가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인 『도시 논객』은 나에게 여섯 권 째 책이었다. 건축가에게 도시들 들여다보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해석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정의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고 공간으로 번역된 시대정신‘이라고. 3부 10장에 나누어 73편의 글을 담았다.
도시는 무엇인가. 1장 토기로 읽는 도시. 빗살무늬토기는 수심 낮은 강물 속에 세워졌고, 물고기를 살리려 아래쪽에 구멍을 뚫었고, 토기들을 구분하려 수면 위 노출부에 서로 다른 문양을 새겨 넣은 토기. 플라스틱 용도는 하루살이, 수명은 불사조. 현대 도시를 결정하는 엔진은 자동차, 건축 설계의 최대 변수는 주차장. 뉴욕 중심부 용적률을 1,800퍼센트가 넘고, 런던도 몇 군데를 제외하고 용적률 상한이 5백퍼센트가 넘는 고밀도시.
2장 정치로 읽은 도시. 대한민국 국토 규모에서는 전 국토 균등도시화가 아닌 경쟁력 있는 국토 조성. 균형발전의 정책의도에도 불구, 인구 이동 방향은 정확히 수도권. 수도권 인구 집중의 원인은 교육과 취업. 세계 최고의 인구 과밀 국가 대한민국은 자동차 과밀 신도시들을 내내 조성. 신도시가 받쳐주는 내수시장 덕에 자동차 제조 산업은 성장, 보행과 대중교통에 기반한 원도심은 몰락.
3장 역사로 읽는 도시. 통일을 염두에 두면 경부선은 대륙과 대양을 잇는 동맥, 고리는 부산역. 독일인 건축가 게오르그 데 라란데(1872-1914)가 잡은 조선총독부 청사의 앉은 방향. 역사적 건축 철거는 정치적 선언, 그 시대를 복원하겠다는 의지 표현. 신생국가 터키는 기독교 유럽국가와 미국으로부터 자립을 위한 원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
4장 선거로 읽는 도시. 휠체어, 유모차가 차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으면 아름다운 도시. 인구감소, 노령화로 쇠락하는 도심에 518미터 높이의 전망대를 세워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지방도시 자치단체장. 접근이 어려워 도시의 해방구가 되기 좋은 노들섬. 2022년 서울시등록 자동차는 319만대에서 승용차 276만대로 86.5퍼센트. 자동차 한 대 중량 1천5백 킬로그램으로 환산하면, 60킬로그램 서울시 전체 인구의 총무게보다 7배 무거운.
건축은 무엇을 말하는가. 5장 건축으로 읽는 권력. 청와대 문제는 국민의 일상으로부터 너무 멀다는 것. 거대함으로 권위를, 목재로 전통을, 금박으로 성취를 드러내는 청와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흔적은 상상의 동물, 봉황이 새겨진 대통령 휘장. 북한과의 관광 교류가 시작되면 가장 긴장해야 할 곳은 강원도. 권위적이고 피해의식 섞인 의사당 지붕의 바가지.
6장 건축으로 읽는 사회. 남산 중턱에 터를 닦던 국회의사당은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사업 백지화, 입법부가 사법부를 내려다보는 게 불쾌. 문화거점 시설 성공의 우선 조건은 입지 설정. DDP는 내부에 훌륭한 상가를 갖춰, 주변 상가를 부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사시키는 주체. 용도가 사라졌을 때 철거가 마땅하면 건물, 용도가 사라져도 존재가치가 있으면 건축.
7장 공간으로 읽는 일상.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주유소의 업종 이종교배에 따른 진화가 시작. 도서관은 지식 생태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 지식 생산을 국가가 장려하는 증거.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니고 권리의 실현. 도시의 미래는 친환경자동차라는 기만적 간판이 아닌 편리하고 저렴하고 공평한 대중교통 확충. 선진국은 소득수준이 아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계측.
8장 주거로 읽는 사회. 출입구 기둥 위의 수평부재, 현란한 아파트 이름은 재건축 아파트의 사회적 지위 과시. 매장이 화장으로 바뀌는데 한 세대도 필요치 않았던 한국의 장례문화. 화장실은 존재방식으로 실내지만 인식기준으로 실외인 모순은, 애매한 슬리퍼 필요. 모든 문은 피난 방향으로 열려야하는 것은 건축설계의 기본원칙.
건축가는 무엇을 남기는가. 9장 시대로 읽는 건축가. 예수는 평소에는 농사도 짓고 양도 쳤던 목수木手. ‘좋은 도시 구조물은 장식으로 덮인 것이 아니고 엄정한 구조적 논리를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도시구조물은 그걸 세운 시대와 사회의 가치관과 창조적 상상력 그리고 엔지니어링 능력 통합의 물적 체현이고 도시 속 공개 증언이다.’(319쪽) 히틀러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1905-1981).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이오 밍 페이(1917-2019). 201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일본건축가 이소사키 아라타(磯崎新, 1931-2022). 현대 건축을 바꾼 장본인 르 코르뷔지에(1887-1965).
10장 책으로 읽는 건축. ‘국기에 대한 맹세’는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서사’. 대한민국의 문·이과 구분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설정한 교육 체계. 대학 입시는 학생의 미래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과거 노력에 대한 보상. 우주와 원자와 인간을 통합해서 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음악과 문학의 교집합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선택과 미래가 바로 나의 것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종교가 아닌 인생이 담긴 『누가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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