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립싱크 하이웨이
지은이 : 박지일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표제에 끌렸을 것이다. 80년대 즐겨 들었던 5인조 하드록Hard rock 그룹 《Deep Purple》의 〈Highway Star〉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시집의 평을 어디선가 눈동냥했다. 아무튼 나는 묵은 시집을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시인 박지일(1992- )은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한 지 2년여 만에 내놓은 첫 시집이었다.
최근작 두 번째 시집 『물보라』(민음사, 2024)를 뒤로 물릴 만큼 ‘표제’는 나를 강력하게 유혹했다. 하지만 단순한 詩 이해도로, 나에게 벅찬(?) 시집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막 공부한 물리학도 앞에 내밀어진 ‘양자역학’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인은 '정물적으로 보이면서도 또한 움직이는 시 세계를 고유한 호흡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인 김행숙은 말했다. "그의 시는 상태가 아니라 동작이다."
문학평론가 최가은은 해설 「일인용 숲의 마지막 목격자」에서 말했다. “시집 전체를 감싸는 사카린의 저주와 그 저주를 앓는 연필은 삶과 쓰기가 완벽한 일치를 흉내 내는 ‘불일치’”라고.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3편이 실렸다. 「사카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시가 1부 2편, 3부 1편, 4부 1편으로 4편이 실렸다. 「해파리 유영;」(19쪽)은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두 행이 겹쳐 인쇄된 시편이었다. 읽는이의 눈이 시렸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재영의 〈이 내가 나는 정말 좋아〉 연작 4편이 실렸다. 원본 사진을 확대하거나 방향을 바꾸어 여러 가지 효과를 노렸다. ‘나’라는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영원한 반복을 포착하고자 했던 시인의 미학적 고민의 결과일 것이라고 한다. 나는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양다리를 뻗은 인물 이미지를 담은 스마트폰 액정이 깨진 것처럼 보였다.
「Lip synchronization Highway(1992)(69쪽)은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고층건물의 실루엣이 보이고 밝아오는 하늘에 커다란 흰구름이 떠있는 이미지였다. 마지막은 표제시 「립싱크 하이웨이」(66-68쪽)의 1·2·3·9·10·11연이다.
정체 모를, 립싱크 하이웨이와 비슷한 // 그러니까 영상, 흰 유령 전속력으로 달리던 // 그러니까 가드레일 옆면에 뿔 갈며 달려가던 마콘다라 불리는 영물을, 은빛 드릴을 // (……) // 그러니까 탁탁 튀어 오르는 손톱이 보여주는 화산 초입에서, 없는 화산 만들어서라도, 정상석 위에 헬리콥터 떴다. 저 헬리콥터, 프로펠러 내팽개치고 하이웨이로 도망한다고 외치는 내가 // 그러니까 바람; 응집과 해산; 뭐 중간에 껴서 이도 저도 못 하다 눈 코 입 반쪽을 짐승에게 뜯겨버린 내가, 지퍼 올리고 내릴 때마다 딱딱하게 굳는 날숨을 톱으로 썰어대는 내가, 방공호를 골몰하려 드는 내가, 내 뒤통수 탁탁 내려치는 내가 // 아 그러니까 나와 전혀 관계 아니하는 구름이 어찌 나와 상관해보겠다는 듯 꿈틀대는 저 하늘을, 빌딩, 혜화, 신촌 거쳐 어데 립싱크 하이웨이를, 미치지 아니하고서야 어디 한번 미쳐볼 생각에 매초 미쳐 있는 이 나를, 립싱크 하이웨이는 사진으로 남겨 자신의 곁에 두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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