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지은이 : 고명재
펴낸곳 : 문학동네
군립도서관 《지혜의숲》 시집 코너 앞에 섰다. 오늘은 어느 시집을 대여할까. 나는 첫 시집에 끌렸다. 시인이 자기의 세계를 처음 완성한 집으로 생각되었다. 시인 고명재(1987- )는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다.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이 교직되는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잘 드러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은 3년 만에 나온 첫 시집이었다. 3부에 나뉘어 43편이 실렸다. 시인 박연준은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에서 “당신은 시와 정통으로 눈 맞은 사람, 시에 꿰뚫린 사람으로 실로 오랜만에 피가 도는 살아 있는 시를 만났다.”고 추켜세웠다. 시인은 국문과에 입학해서 문예창작론 첫 수업 시간에 詩를 영원히 사랑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시를 쓸 때는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에도 설날에도 매일 도서관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시인은 어릴 때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여기저기 맡겨져 자랐다고 한다. 집 근처 절의 스님이 맡아서 키우기도 했다. 생업에 바쁜 부모 대신 어린 시인을 보살폈던 스님은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시편에 많은 음식이 등장했다. 시인의 부모는 수십년 째 반찬가게를 하고 있었다. 시인은 故 허수경(許秀卿, 1964-2018) 시인의 「저녁 스며드네」를 좋아했다. 모두가 저녁을 맞이하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가 꿈꿀 수 있는 공동체라고.
가장 투명한 부위로 시가 되는 것 /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 미래가 빛나서 / 눈 밟는 소리에 개들은 심장이 커지고 / 그건 낯선 이가 오고 있는 간격이니까 / 대문은 집의 입술, 벨을 누를 때 / 세계는 온다 날갯짓을 대신하여
표제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18-19쪽)의 마지막 연이다. 시인이 말하는 ‘키스’는 연인 사이의 것만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가 부딪히는 순간에 가까웠다. 키스는 내 눈 앞의 대상이 환해서 그 존재에게 충실하게 다가가려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시편을 읽어나가다 나는 여기서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38-39쪽)의 일부분이다.
노르웨이 북쪽의 푸른꼬리나방은 광석을 뜯어먹으며 성장하는데 산화구리철 때문에 날아간 궤적이 파랗게 반짝인다고 그건 신이 우주를 만든 이야기 같다 / (……) // 보통 나방이 빛을 좋아해서 광원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나방은 빛을 혐오합니다 그들은 우아하고 진중할 뿐이죠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고 그 요란한 빛의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그들은 온몸을 던집니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위해 존재의 품위와 부드러운 꿈결을 위해 침묵을 위해 다친 마음과 벌어진 입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저 먼 시간을 날아가 밤의 상처에 날개를 덮는 거지요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모 데우스 (1) | 2025.11.25 |
|---|---|
| 고래 (0) | 2025.11.21 |
|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0) | 2025.11.19 |
| 작별하지 않는다 (0) | 2025.11.18 |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 |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