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고래
지은이 : 천명관
펴낸곳 : 문학동네
‘붉은 벽돌의 여왕’ 춘희春姬는 전쟁이 끝나가던 해 겨울, 거지 여자에 의해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의붓아버지 文에게 벽돌 굽는 방법을 배웠다. 팔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고래극장 대화재의 방화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스물일곱에 석방되어 벽돌공장으로 돌아왔다. 아흐레 전 교도소 정문을 통과한 후 기찻길을 따라 수의만 걸치고 맨발로 걸어왔다. 평대의 대극장은 춘희 엄마 금복이 직접 설계했다. 극장 전체에 번진 불길은 이웃 시장까지 번졌다. 사람들은 평대를 떠났고 기차역은 폐쇄되었다.
천하에 보기 드문 박색의 노파가 기차역근처 후미진 곳에 국밥집을 열었다. 평대에 처음 기차가 들어왔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노파는 얼음판에 넘어져 고관절이 부서졌고 몸을 굴신 못해 욕창이 생겨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오물과 함께 썩어가고 있었다. 헤어진 지 이십년 만에 노파의 딸 애꾸가 찾아왔다. 노파는 시집간 지 하루만에 소박을 맞고 남의집 드난살이로 살아갔다. 대갓집의 지능지수가 서너살인 아들의 수발을 들었다. 반편이의 양물 크기는 한 자나 되었다. 박색의 노처녀는 반편이와 배를 맞춘 지 넉달만에 들통나서 매타작을 당하고 쫓겨났다. 며칠 뒤 자정에 나타난 노처녀는 반편이를 유혹해 개울가 깊은 물속으로 유인했다.
노파는 남의집 아궁이 앞에서 혼자 반편이의 딸을 낳았다. 주인몰래 목간을 시키려다 싫다는 딸의 왼쪽눈을 불씨가 남은 부지깽이로 찌르고 말았다. 애꾸 딸이 열세살 때, 노파는 마을 뒷산에서 꿀을 뜨는 중늙은이에게 꿀 두통과 딸을 바꾸었다. 노파는 이십년동안 세상의 온갖 더럽고 굿은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애꾸눈 딸과 실랑이를 벌이다 노파는 죽었고, 딸은 보료속의 돈을 갖고 국밥집을 떠났다.
스물다섯살, 금복은 쌍둥이자매가 운영하던 술집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금복은 딱 벌어진 엉덩이와 암내로 사내들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신물이 날 만큼 사내를 겪은 그녀의 첫 남자는 산골을 찾아들던 생선장수였다. 금복은 그를 따라 바닷가 도시로 왔다. 금복은 바다 한복판의 대왕고래를 보았다. 모래밭에서 겁탈당한 뻔한 그녀를 8척 장신의 소년이 구해주었다. 관능과 열정이 깨어나기 시작한 금복은 몇 년 전 자신을 겁탈에서 구해 준 부둣가 하역부 걱정을 만나 살림을 차렸다.
하역작업에 부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다, 금복의 간구로 간신히 살아난 걱정은 의처증으로 금복을 못살게 굴었다. 부둣가 건달로 극장 지배인 칼잡이를 만나면서 금복은 영화에 빠져들었다. 금복은 걱정의 약값을 벌기 위해 칼잡이 앞에서 옷을 벗었다. 금복과 걱정은 칼잡이 집으로 들어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되었다. 폭풍우가 몰아 치던 밤, 칼잡이가 걱정을 살해한 것으로 오해한 금복은 작살을 칼잡이의 배에 꽂았다.
금복은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술집 코끼리 마구간에서, 부둣가 도시를 떠난 지 사년 만에 벙어리 춘희를 낳았다. 코끼리는 자매가 어렸을 때 서커스단에서 함께 공연했던 점보였다. 소금장수로부터, 멀리 떨어진 평대에서 국밥집을 맡아 볼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춘희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국밥집은 금복이 마시던 커피로 인해 사람들로 들끓었다. 금복은 ‘평대다방 坪垈茶房’ 간판을 내걸었다. 기상관측이래 최대의 강수량을 기록한 폭우가 쏟아지던 밤, 천장이 찢어지며 돈벼락이 떨어졌다. 국밥집 노파가 평생 벌레처럼 모은 돈이었다. 돈과 함께 쏟아진 땅문서의 수천평 ‘남발안’에 벽돌공장 ‘평대벽와坪垈甓瓦’를 세웠다. 금복은 쌍둥이 자매와 코끼리 점보, 첫 남자 생선장수까지 받아들였다. 생선장수를 앞세워 ‘평대운수坪垈運輸’ 간판을 내걸었다.
文은 오랜 고생 끝에 마음에 드는 벽돌을 굽는 데 성공했다. 건축업자 郭사장을 비롯한 온갖 업자들이 ‘평대 벽와’를 찾아왔다. 춘희 나이 열두살, 文은 벽돌 굽는 법을 가르쳤다. 죽은 노파의 딸 애꾸가 벽돌공장에 나타났다. 금복은 죽은 노파 원혼의 훼사를 막기위해 인근에서 가장 영검하다는 무당을 불러 궂을 벌였다. 부둣가 도시에서 보았던 대왕고래의 거대한 이미지에 매료된 금복은 평대에 고래의 모양을 본 뜬 극장을 세웠다. 금복은 사창가에서 도망친 창부 수련을 구해주었고 애인으로 삼았다. 금복은 남성호르몬 영향으로 음핵이 비대해졌고, 남자가 되었다고 선포했다.
쌍둥이 자매도 죽고, 文도 기찻길 옆 버드나무아래 개울가에서 죽었다. 생선장수도 평대를 떠났다. 죽은자들이 금복의 주위를 서성거렸고, 그는 술에 빠져들었다. 금복의 어릴적 산골의 소년이었던 약장수는 착복과 비리를 일삼았고, 수련까지 품에 안았다. 수련과 약장수가 사라졌다. 고래극장에 화재가 발생했고, 금복에게 죽음이 찾아왔다. 팔백여 명이 불타죽었고, 천문학적 숫자의 피해가 발생했다. 유일한 생존자 춘희가 방화범으로 체포되어 구속되었다.
평대는 전염병이 쓸고 간 도시처럼 대낮에도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공장에 들어간 춘희는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원시와 야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부서진 가마를 손보고 굴뚝을 일으켰다. 뱀과 개구리를 먹고 사충蛇蟲에 감염된 춘희를 애꾸가 음습한 계곡에서 벌침으로 구해주었다. 어릴적 트럭운전수를 따라온 통뼈 소년을 다시만나 둘은 사랑에 빠졌다. 춘희는 사내의 애를 가졌고, 방랑벽이 도진 사내는 벽돌공장에서 도망쳤다. 아기까지 병으로 죽고 춘희는 혼자 죽을 때까지 벌판 끝까지 수백만장의 벽돌을 만들고 쌓았다.
『고래』는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심사평에서 말했다. “전지전능하고 고압적이며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꾼의 입담에 힘입어 소설은 엄격한 형식의 규제를 뚫고 민담과 현실, 기담들, 무협지와 장르 영화의 부스러기들, 동화와 환상적 요소들이 뒤섞이는 환상의 도가니”(428쪽)이었다. 소설가 천명관(千明官, 1964- )은 ‘2003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프랭크와 나」로 문단에 나왔다. 『고래』의 1판은 2004. 12. 24.에 나왔다. 한국 출간 19년만인 2023년 1월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2023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올랐지만, 안타깝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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