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조선시대 화론 연구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학고재
『조선시대 화론 연구』는 미술사학자 유홍준(兪弘濬, 1947- )의 10여 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물이었다. 그는 말했다. “조선후기 사실주의 화론의 가장 큰 특성은 ‘형상에 근거하여 정신까지 나타낸다’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의 미학”이었다. 표지그림은 담졸澹拙 강희언(姜熙彦, 1710-1784)의 《사인삼경첩士人三景帖》중 〈사인시음士人詩吟〉이다.
제1부 ‘조선시대 화론의 제 형식’은 조선시대에 전개되었던 화론들을 형식에 따라 분류하여 실례들을 원문과 함께 제시했다.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의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은 서화론書畵論이라는 예술론적 입장에서 자료집성.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의 《조선화론집성朝鮮畵論集成》은 화론 연구의 첫 시도.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회화에 관한 이론을 화론畵論. 화론의 범주에는 창작의 원리부터 기법, 품평, 감정, 비평, 역사 그리고 감상, 수장에 이르는 모든 논저를 포괄. 조선의 화론은 원론이 아닌 실제의 측면, 즉 감상과 비평에서 발달.
회화의 원론과 총론에 관한 조선 초기 허백당虛百堂 성현(成俔, 1439-1504)의 〈그림을 논함論畵〉. 서예에 관한 환재桓齋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추사秋史 김정희론金正喜論〉. 서문과 발문 형식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조선화론의 대표적인 형식으로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 1686-1761)이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그림에 부친 〈구학첩발丘壑帖跋〉. 독창적인 개성을 갖고 있는 예술가는 스스로 개척한 독창적인 형식과 기법을 지닌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아정유고雅亭遺稿》에서 〈선고분군유사先考府君遺事〉. 창애蒼厓 유한준(俞漢雋, 1732~1811)이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의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
18세기로 들어서면서 진보적인 사대부들에 의하여 중인 신분의 화전 전기가 다수 기술되었고, 19세기에 와서는 중인들의 사회적 입지가 높아지면서 일종의 ‘뛰어난 중인록中人錄’같은 책들이 편찬 저술. 원평元平 남공철(南公轍, 1760-1840)의 〈최칠칠전崔七七傳〉. 연포蓮圃 윤덕희(尹德熙, 1685-1766)의 〈공재윤두서행장恭齋尹斗緖行狀〉. 비평의 초기 형태는 전기 내지 열전식列傳式의 품평. 양졸재養拙齋 심재(沈梓, 1624-1693)의 《송천필담松泉筆談》의 〈동국서화가론東國書畵家論〉. 시 형식을 빌려 그림에 대한 감상과 미적 성찰을 표현. 진택震澤 신광하(申光河, 1729-96)가 쓴 〈최북가崔北歌〉. 제화題畵 형식의 비평으로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의 〈제오원화병題吾園畵屛〉.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서술된 서간문.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의 〈답리평중서答李平中西書〉.
제2부 ‘조선 후기 화론 연구’는 다양한 형식에 담긴 논의들의 실례들을 예시하고 핵심이 무엇이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선후기로 지칭되는 18세기, 영·정조 시대는 왕조의 문예부흥기로 문예사조는 사실주의적 성격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동양화론에서 전신론傳神論과 사실론寫實論. 묘사적 사실론은 그림의 본령은 무엇보다도 대상을 정확하게 옮겨 그리는데 있다. 기원후 150년 무렵 왕연수王延壽가 지은 〈노령광전부魯靈光殿賦〉. 전신사조론傳神寫照論을 주장하여 처음으로 작품상에서 정신적 가치를 중시한 화가·이론가 호두虎頭 고개지(顧愷之 344?-406?) . 남제南齊 사혁(謝赫, ?-?)의 기운생동론氣韻生動論. 당말唐末·오대五代 형호(荊浩, 8705?-930?)는 《필법기筆法記》에서 〈화육요畵六要〉를 제시. 문인화 우위론은 원말元末 사대가와 명대明代 오파吳派를 거치면서 점점 더 심해졌고, 형사가 아닌 사의寫意의 개념을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켜갔다.
조선전기 화론에서 전신론과 사실론. 회화를 일종의 말예로 보는 태도 잡기말예론雜技末藝論. 회화의 효용가치를 옹호하는 시화일률론詩畵一律論. 인간의 서정抒情을 발현하면서 정서를 함양하는 성정론性情論과 천기론天機論.
조선후기 화론에서 전신론과 사실론. 한국회화사에서 조선후기는 숙종 중엽부터 영·정조를 거쳐 순조 연간까지를 가리킨다. 회화사의 신동향은 속화俗畵의 등장, 진경산수眞景山水의 발생, 문인화풍文人畵風의 유행으로 요약된다.
전신론이란 본래 대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보다도 천기, 또는 형사를 뛰어넘는 신운神韻을 더 중요시하는 입장. 조선시대 화론 중 가장 본격적인 이론 선주仙舟 남태응(南泰膺, 1687~1740)의 〈청죽화사聽竹畵史〉. 중국 화론에 자신의 체험과 미학을 반영하여 세운 독자적인 화론으로서 사의론寫意論과 사실론寫實論을 결합한 윤두서의 〈화도론畵道論〉.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인문적·예술적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본 동계東谿 조귀명(趙龜命, 1693-1737). 사물의 기상과 의취意趣를 전하는 자세야말로 진짜 회화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철저한 문인화론에 근거를 둔 전신론 진명震溟 권헌(權櫶, 1713-70). 높은 감식안을 갖고 대단히 예리한 비평을 한 일몽一夢 이규상(李圭象, 1727~1799). 형사에 근거를 둔 가운데 사의에 다다를 것을 강조한 양졸재 심재. 사의를 통해 형사에서 벗어나 심사心似, 의경意景으로 가는 길을 회화의 올바른 길로 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사실론은 동시대 문예사상 중 가장 조선 후기다운 독창적인 이론. ‘화가의 마음’으로 포치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여유있고 융통성 있는 사실주의 정신을 보여준 담헌澹軒 이하곤(李夏坤, 1677-1724). 조선후기 진경산수의 사실정신을 가장 잘 대변한 관아재 조영석의 사실론. 신운과 필의라는 가치도 사진에 근거했을 때에야만 제 빛을 발한다는 사진론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 화법이라는 격식을 갖춘 사생을 강조한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밀성을 요구하는 수준의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 1762-1836).
마지막은 경산經山 정원용(鄭元容, 1783-1873)의 작가론적 품평으로 네 명의 서가를 춘하추동의 이미지에 부친 〈논제필가서법論諸筆家書法〉(45쪽)이다.
한 석봉(韓石峯)의 글씨는 여름비가 바야흐로 흠뻑 내리는 가운데 늙은 농부가 소를 꾸짖는 듯하다.
서 무수(徐懋修)의 글씨는 반쯤 갠 봄날 은일자가 채소밭을 가꾸는 듯하다.
윤 백하(尹白下)의 글씨는 가을 달이 창에 비치는데 근심에 잠긴 사람이 비단을 짜는 듯하다.
이 원교(李圓嶠)의 글씨는 겨울눈이 쏟아져 내리는데 사냥꾼이 말을 타고 치달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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