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

대빈창 2025. 12. 18. 07:30

 

책이름 :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

지은이 : 지그문트 바우만

옮긴이 : 안규남

펴낸곳 : 동녘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이후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으로 33명의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 당시, 한글로 "힘내라! 김정욱, 이창근"이 적힌 종이를 들고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며 연대 의사를 밝힌 백발의 사회학자가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이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사회문제는 불평등과 빈곤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2014)을 펼쳤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숫자행렬에 질려 책장을 덮고 말았다. 수포자의 한계였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문과(?) 성향의 나에게 사회학자의 글이 제격일 것이다. 책은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현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빈곤층의 실상을 파헤쳤다.

사회학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의 부작용, 소득불평등과 고용불안정의 심화라는 현실에 관심을 쏟으며 지식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전 세계가 필사적으로 경제성장 근본주의를 밀고 나가는데 빈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생각있는 사람들은 부의 재분배로 인한 부수적 피해자들 못지않게 직접적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부제가 ‘실업에서 잉여로, 새로운 빈곤층 탄생’으로 6장으로 구성되었다.

노동윤리의 기원을 추적한 1장, 일의 의미: 노동윤리의 생산. 실행 원리Performance Principle는 쾌락원칙과 대비되는 현실원칙의 특정한 형태를 지칭하기 위해 마르쿠제가 사용한 용어로, 인간을 노동 도구로 만드는 폭력적·착취적인 생산성을 가리키는 말. 노동윤리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와 복종을 위한 싸움으로 권력투쟁. 노동윤리의 적은 노동 체제의 불편함과 모욕적 대우에 대해 느끼는 저항감. 노동윤리는 철두철미한 감시와 지원과 보호를 받는 절대적 규율에 기초해 표준적이고 규칙적인 행동을 확립. 노동윤리는 현대 산업사회가 영속적으로 기능하는데 필수적인 자본과 노동의 상호작용을 모든 구성원의 도덕적 의무, 사명, 소명으로 제시.

현대사회의 전기에서 후기로의 이행 2장, 노동 윤리에서 소비 미학으로. 오늘날 사회는 소비자 역할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구성원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형성. 소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수행하고자 하는 자발적 의사를 구성원들이 따라야 할 규범으로 제시. 문화적 유행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허영의 시장에 진입. 노동윤리가 새로운 소비자 사회에서 수행한 임무는 가난한 이들의 불행을 일하려는 의지 부족 탓으로 돌림으로써 가난한 자들에게 도덕적 타락의 혐의를 씌우고 가난을 죄에 대한 벌로 제시.

복지국가의 성쇠와 부침을 추적 3장, 복지국가의 부상과 몰락.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복지’(즉 단순한 생존을 넘어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서 생각하는 존엄성을 갖춘 생존) 보장이 국가의 의무이자 책무. 공공복지라는 개념은 존엄한 삶은 향유할 권리를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시민권의 문제. 복지국가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인간 조건, 동일한 인간적 필요, 동일한 인간적 권리를 갖는다는 생각을 기초.

빈자들이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 규정되는 새로운 방식 4장, 노동 윤리의 새로운 빈곤층. UN 《인간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중 13억명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존. ‘루틴 노동자’란 필요할 때 고용했다가 언제든 해고할 수 있고,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으며, 쉽게 대체되고, 직장이나 작업장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노동자. ‘실업’은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이며 일시적인 현상을 의미, ‘잉여’는 여분의 존재, 과잉 불필요한 존재. '역외계급underclass'은 사회 또한 그들의 재진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원칙적으로 구제불능인 사람들. 전세계 인구에서 8억명이 상시적 영양실조, 세계 인구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약 40억명이 빈곤층.

노동윤리가 선진사회의 현재 상황에 더 적합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과 빈자와 빈곤의 미래 5장 지구화된 세계에서의 노동과 잉여, 6장 새로운 빈곤층에 대한 전망. 정상 상태steady state란 에너지와 물질 수준을 충분한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적은 변동만을 보이며 유지하는 상태.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은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 미국에서 1980년에서 1995년까지 불과 15년 사이에 발생한 리엔지니어링의 희생자(폐기물), 즉 감축된 노동자는 최소 1,300만명에서 최대 3,900만명으로 추산. 감옥은 현대성이 전 지구적으로 승리하고 이 세상이 만원이 되면서 발생한 쓰레기처리 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투의 최전선에 배치. ‘부수적 피해’란 지금까지 모든 관리가 규제 시도에 효과적으로 저항해 온 거침없는 지구화 추세의 산물인 새로운 접경지적 조건하에 있는 특정한 인간쓰레기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 규범은 질서 모델이 인간 행동에 투사된 것. 사회에서 선호하는 행동 유형에 부합하지 않고 허용가능한 선택들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탈은 치료 혹은 처벌이라는 개입을 촉발. 배제된 자들이 행동을 단속, 통제, 감독하는 일은 자선행위이자 윤리적 의무로 간주. 빈자는 질서에 대한 위협이자 장애물이었고 규범에 대한 도전.

사회학자는 새로운 시대의 가난한 사람을 새로운 빈곤층 즉 ‘뉴 푸어New Poor'라 지칭했다. 그의 대안은 “기존의 노동 윤리를 제작 윤리로 대체해 노동을 노동시장에서 분리하고, 소득자격과 소득 확보능력을 분리함으로써 소비 미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제작윤리’란 현대의 발병품인 노동 윤리와 달리 ‘제작 본능’을 가진 창조적 존재인 인류가 가진 자연적인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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