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천사의 탄식

대빈창 2026. 3. 4. 07:00

 

책이름 : 천사의 탄식

지은이 : 마종기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 마종기(馬鍾基, 1939- )의 시집과 산문집을 군립도서관 《지혜의숲》에서 대여했다. 시인은 일본 도쿄에서 아동문학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대 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9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해부학 교실」로 등단했다. 다음해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1965년 한일회담 반대서명 문인들에게 불법연행, 강제투옥, 고문…등으로 보복했다. 시인은 군인 신분으로 탄압은 더욱 가혹했다. 그는 투옥되었고 추방당하다시피 미국으로 향했다. 국가 폭력이 강제한 국외 이주였다. 젊은 시절 이 땅을 떠나야만 했던 시인은 시작詩作으로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천사의 탄식』은 시력詩歷 60년을 맞아 펴낸 열두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었다. 젊은 날 고초 끝에 황급히 고국을 떠난 일이 부친의 갑작스런 별세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에 괴로워했다. 시인·문학평론가 이희중은 해설 「이별 너머」에서 “언어적 도구는 세월이 흐르면서 근간의 안정과 성숙을 성취했고 그 도구를 다루는 몸과 마음은 뚜렷한 연륜을 더하여, 시세계는 광활하고 울창”(148-149쪽)해졌다고 말했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54편이 실렸다. 연작시로 「칼리폴리」 두 편과 「잡담 길들이기」 세 편이 실렸다. 시인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말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학이, 시가 이야기하는 죽음은 끝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 다음에 오는 것, 죽음의 뒷면입니다. 그것이 쉽게는 신앙이겠으나, 저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시로써 아름답고 환하게 보여줄 재주가 없어 자꾸 신앙에 대해 얘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메멘토 모리’, 그 말을 다시 한번 되뇌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시 「이슬의 명예」(9쪽)의 전문이다.

 

이슬은 내 육신의 명예, / 이른 어두움에 태어나서 / 아침이 다 피기 전에 떠난다. / 이국에서 보이지 않게 살다가 / 날이 밝으니 찢어진 갑옷을 벗는다. / 죽은 이슬은 몇 방울의 물, / 정성을 다해 사랑한다는 일은 /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결단인가. // 돈을 빌려 외국에 왔다. / 밤낮없이 일해서 빚을 갚고 / 돌아가지 못할 나라를 원망하면서 / 남아 있던 외로운 청춘을 팔았다. / 변병도 후회도 낙담도 아양도 없이 / 한길로 살아온 길이 외진 길이었을 뿐 / 피하지도 숨지도 않고 사라진 이슬. / 어디로 갔을까 찾기 전에 / 이슬이 만든 무지개가 피어난다. / 모두 떠난 자리에 의연히 서 있는 / 예언자의 훈장처럼, 눈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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