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대빈창 2026. 3. 5. 07:00

 

책이름 :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지은이 : 마종기

펴낸곳 : 넥서스

 

시력詩歷 60년의, 여든이 넘으신 시인께 죄송했다. 이제 시집과 산문집을 펼쳤다. 시인의 예술산문집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은 시적 감성을 자극한 수많은 예술 작품과 예술인들에 대한 성찰, 고국과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5부에 나뉘어 52꼭지에 담았다. 시인은 말했다. “외국에서 일상의 외로움에 오금을 움츠리고 공포와 슬픔과 환희의 절정을 매일 오가면서 살았던 몇 해 동안의 내 의사 수련은 엉뚱하게도 내 문학의 확실한 물꼬였다.”

1부 따뜻한 삶을 꿈꾸는. 비가 내리면 산책을 즐겼다는 메사추세츠주의 숲속 조용한 집에서 평생을 혼자 은거한 미국 여성시인 에밀리 디킨슨.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아무 준비도 없이 도착한 1960년대 미국 중소도시의 의사생활-낯선 풍경으로 혼자만의 여행. 문학을 붙잡고 살아온 덕에 어처구니없이 길어진 외국생활의 불안과 외로움, 사고와 행동의 제약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문인은 자기가 쓴 작품으로 말하고 화가는 오직 자신의 그림으로 말해야 한다. 외국 땅에서 무지막지한 인턴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시 쓰기. 문학평론가 故 김치수는 열정의 인간, 뛰어난 문필가,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 레비나스 E. Levinas의 타인의 존재, 타자성의 철학.

2부 예술과 예술가들. 온몸으로 느끼면서 가슴이 뛰는 감동을 맛보는 것, 그것이 예술의 맨얼굴일 것. 미국 중소도시에서 살아온 외로움과 답답한 마음을 녹여준 미술관·연주회 나들이. 돌아가신 한국 화가들에 대한 회억回憶. 예술은 교양이나 지식이기 이전에 높고 아름다운 영혼과 영혼의 교감. 비극은 갈등의 해결책이 없을 때고 희극은 그 갈등이 작품 안에서 해결되는 것. 예술가가 주인공인 영화들의 흥미위주의 상업영화의 속성. 예술적 영감은 꿈꾸는 자에게만 방문. 1960년 가을 출간된 첫 시집 『조용한 개선』에 실린 화가 장욱진의 네 장의 컷. 시인의 첫 시집을 60여년이나 간직해 온 분들. 음악을 듣는 시간들은 의학 수업 6년간, 고통과 허탈과 혼돈으로 둘러싸인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예술은 특별한 감염 능력을 발휘해서 사람과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낸다. 오페라는 스토리와 연기와 무대와 조명 들이 합쳐진 종합예술. 바흐의 ‘평균율’을 제목으로 한 두 권의 공동시집을 같이 낸 김영태·황동규는 고전음악을 좋아했다는 공통점.

3부 문학과 의학 그리고 종교. 과학자인 의사가 환자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심성의 전인적 의사가 되는 첩경은, 바로 예술을 즐기고 이해하는 감정. 직업별 평균수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제일 낮은 의사. 의사에게 인문학과 예술을 가르쳐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생사의 경계에서 자신을 완전히 연소시켰던 한 구도자의 기록, 폴 칼라티니의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사순절에 성당에서 시와 믿음에 대해 들려드렸던 이야기.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드릴 수 없어, 모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의 과정 대신 군의관이 되어 3년 몇 개월을 복무하고 미국에서 인턴생활 시작.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예술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여유.

4. 행복한 여행자. 여행은 문인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자극을 주고, 좋은 소재를 제공.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스콧 매킨지의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사상가·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는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지적. 삶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겨울. 따뜻하고 정겨운 어둠은 고국을 그리워하는 이유. 1966년 여름, 문인 한일회담 반대서명 이유로 고초를 겪고,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않겠다는 서약에 도장을 찍고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부친 아동문학가 마해송의 가운 “웃는 낯으로 살자. 남을 아끼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더불어 같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합하기를 바라는 아들에게 주는 편지.

5. 독수리의 날개.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기생충〉은 한국식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블랙코미디면서 계층 이동의 불가능성에 대한 비판. 인구 3억3천만의 미국에서 오백·천권도 팔리지 않는 시 잡지. 현대시의 번역은 또다른 창작행위. 1950년대 비트세대를 대표하는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HOWL』의 서문을 써준, 이해심과 넓은 가슴에서 우러나온 73세의 미국 대표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현대시는 영원불면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가져서 서로 교감하고 직조되는 특수물질. 한국의 시인은 대략 4만명으로, 출판사가 출판비를 받지 않고 시집을 출간해주는 시인은 200명도 되지 않는다. 요즘의 현대시는 학문의 한 분야로 문학을 하고, 인문학의 한 방법으로서 시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 도스토옙스키의 『백치』-‘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엄청난 시력을 가진 독수리도 땅만 보고 모이만 쪼다 보면 닭의 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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