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은이 : 지그문트 바우만
옮긴이 : 오윤성
펴낸곳 : 동녘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에 이어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의 책을 세 권 째 잡았다. 내가 잡은 책은 리커버·새번역판이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모든 것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시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이탈리아 여성 주간지 『라 레푸블리카 델레 돈데』에 2년동안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의 부제는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이었다.
1 편지에 관한 편지: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다. 폴란드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 1798-1855) 시의 작중인물 이름 ‘44’라는 숫자는 자유의 힘과 자유를 향한 희망, 자유의 도래를 상징. 2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치고,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
3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대화라는 것. 양측의 평가와 주관에 치우친 관점이 서로 달라 충돌하는 사건의 해결은 난망. 4 가상 세계의 안과 밖. 온라인 세상은 무한한 접촉을 실현하기 위해 접촉시간을 줄이고 유대를 약화. 5 트위터, 혹은 새들처럼. ‘트위터twiter'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지저귀는 소리. 아무 때나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 그걸 남들에게 알리는 것 뿐, ‘보여지는 것’이 중요. 6 인터넷 시대의 섹스. 얻는 것은 편리함으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최소한으로 줄었고 속도가 빨라졌고 욕망과 만족 사이의 간격이 축소.
7 프라이버시의 기묘한 모험(1). 공공기관은 사적 공간을 침범하고 정복함으로써 그곳을 제 감독 하에 두려고 하고, 사적공간이라는 은신처를 박탈하려는. 사람들은 공공기관을 야경꾼, 경호원 정도로 인정. 8 프라이버시의 기묘한 모험(2). 오늘날 프라이버시의 위기는 그 모든 종류의 인간 관계가 겪고 있는 약화와 분열, 붕괴와 풀리지 않을 만큼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듯. 9 프라이버시의 기묘한 모험(3). 소통의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계속 발전하더라도 소통의 난제들은 더욱 버겁고 혼란스럽게 여겨질 것.
10 부모와 자식. 새로운 공황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소비가 시장을 통해 억지로 매개함으로써 부모―자식 관계의 상업화라는 이미 진행중인 변화를 한층 더 정당화. 11 청소년의 씀씀이에 관하여.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다면 정점 더 빠른 속도로 장비를 연신 갈아치워야만 되는. 12 Y세대를 스토킹하다. 교섭이 불가능한 무자비한 현실, 식량난과 강제적인 내핍 생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일어설 것인가.
13 이것은 자유의 여명이 아니다. 대다수 학생이 빚을 진 상태로 학습을 마치고, 그중 다수가 과거의 대출을 갚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는 악순환. 14 너무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들. 우리 시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소비 행위와 소비가 아닌 나머지 삶을 구분하던 경계가 점점 지워지고 있는 것. 15 속눈썹의 습격. 2006년 한해 미국에서만 1100만 건의 미용수술,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거대산업이 된 미용의료 분야. 16 유행, 또는 끝없는 움직임. 유행 현상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인간 조건의 그 영원한 측면을 식민화하고 착취하는 소비자 시장.
17 소비주의는 소비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의미가 성실한 소비자 모델에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애국’의 의미 역시 착실하고 헌신적인 쇼핑이라는 모델에 가까워진. 18 문화엘리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소비자가 보고 겪는 세상의 다른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소비되기 위해 존재하는 상품들의 창고. 19 약 주고 병 주기. 이미 신뢰를 잃은 약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 출시되는 약에는 흔히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20 돼지독감 등 이런저런 무서운 것들. 독감 파동에 쓰인 돈은 모두 공적자금으로, 겁먹은 사람들의 겁박에 저항한 사람들 모두가 형벌의 위협하에 납부한 세금. 21 건강과 불평등. 사회불평등의 정도는 사회 악폐의 확산과 강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2 경고를 들으시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는, 부의 총합과 ‘평균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정비례하여 대량의 실업자 및 임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견디기 어려운 궁핍 또한 가파르게 약화.
23. 교육을 푸대접하는 세상?(1). 당장 쉽게 쓸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지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처럼 언제든 쉽게 폐지할 수 있는 지식이 선호. 24 교육을 푸대접하는 세상?(2). 과거에는 개개인이 관할하던 사적인 사안(주체성, 섹슈얼리티 등)까지도 상업적 용도(이윤의 원천)로 전용하고 장사의 대상으로 개조. 25 교육을 푸대접하는 세상?(3) 과거의 교육은 환경이 달라질 때는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전략을 설계하면서 적응, 작금의 변화는 정보로 과포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
26 묵은해 유령과 새해 유령. 인간의 집단적 방종과 비대한 자신감과 왜소한 책임감 째문에 무고하게, 다른 모든 생명들이 죽어가는 제6의 대멸종. 27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한다는 것.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며, 이 세계의 미래는 거대한 미지수. 28 계산 불가능한 것을 계산한다는 것. 오늘날 불확실성이 전 세계에 걸쳐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과 정치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과업은 오직 지구적 차원에서만 수행.
29 공포증의 일그러진 궤도. 예측 불가능한 시대, 유동하는 현대에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은 바로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30 빈 왕좌.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의 ‘인테네그눔Interregnum'은 현존하는 사회질서를 떠받치는 법의 틀이 힘을 잃었을 때, 새로운 틀이 시행·확립하기에 역부족인 시기. 31 초인은 왜, 어디에서 오는가? 초인적인 힘을 참칭하는 두 세력, 정치를 닮은 종료와 종교를 닮은 정치.
32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들. 경기침체로 가장 큰 규모의 인원 감축이 예상되는 경제 영역은 ‘중공업’으로 남성이 주도해 온 분야. 33 위기를 벗어나는 몇 가지 방법.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 패턴을 뒤집어, 서로와의 관계와 맥락을 우선시하는 윤리적이고 심미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한 대안적인 사고 패턴을 수립. 34 불황의 끝을 찾아서. 노동시장은 그 자체의 변덕으로 인해 인간 삶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극과 혼란에 대해 무섭도록 냉정.
35 누가 이런 삶을 강요하는가? 최악의 경제 재앙에서 정부가 살려내고자 한 것은 이번 경제 지변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특정 권력이 다져놓은 그 습성. 36 버락 오바마라는 현상. 억압당하고 차별당하는 부류 안에서도 어떤 개인은 본인에게 분배된 집단적, 범주적인 열등함을 ‘능가’한다는 특질을 소유한다는 사실. 37 세계화된 도시의 문화. 전면적으로 가동되어 기세를 더해가는 이주의 물결은 디아스포라들로 인종이나 종교, 언어를 공유하는 정착지가 세계 곳곳에 군도를 이루는.
38 로나의 침묵에서 듣다. 벨기에 영화감독 다르덴Dardennes 형제의 영화 〈로나의 침묵〉은 우리 앞의 갈림길,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내린 선택에 치러야 할 대가를 가리키는 강력한 극적 은유. 39 이방인은 정말 위험한가? 도시 주민과 이방인과의 가까운 거리가 교섭 불가능한 운명이라면 둘의 유쾌한 공존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타협안을 설계. 40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들.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알레고리 단편 「하늘만 바라보는 부족」은 하늘을 바라보는 관습은 한 부족만의 것이 아닌.
41 경계를 긋는다는 것. 문화라는 인간만의 독특한 존재 양식은 경계가 없던 곳에 경계를 긋는데서 시작. 42 선인은 어떻게 악인이 되는가?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잔학 행위를 저지르고 도착적이고 가학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사실. 43 운명과 인격. 부정의가 만연한 삶의 방식을 고분고분 따르라는 이 세계의 압박에 항의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 44 알베르 까뮈, 또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 알베르 까뮈(Albert Camas, 1913-1960)의 『시시포스의 신화』, 『반항하는 인간』은 끊임없이 이 세계에 더하고 있는 기이함과 부조리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