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님의 침묵

대빈창 2026. 4. 7. 07:00

 

책이름 : 님의 침묵

지은이 : 한용운

펴낸곳 : 열린책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11-12쪽, 「님의 침묵」1·2·3行)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14쪽, 「알 수 없어요」1·2行)

 

귀에 익은 두 시편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詩일 것이다.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은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다. 1905년 설악산 백담사에서 승려가 되었다. 1910년 백담사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집필했다. 1911년 만주에서 신채호 등 독립투사를 만났고 귀국하여 대중들을 교화, 불교의 개혁을 주장했다. 1918년 불교전문지 『유심』을 창간했다.

1919년 3·1독립운동의 민족대표 33인의 한분이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공약 삼장을 첨가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3년간 옥살이를 했다. 1925년 『집현담주해』을 탈고했고, 시집 『님의 침묵』을 완성했다. 1931년 불교지 『불교』를 인수했고, 수많은 불교 논설을 발표했다. 1940년 병석 와중에도 창씨개명 반대 운동, 조선인 학병 출정 반대 운동을 펼쳤다. 1944년 심우장尋牛莊에서 입적했다.

만해는 불경을 연구하고 불교계를 개혁하고자 했던 승려였고, 일제에 대항하여 암울한 시대의 민족을 지도했던 민족지도자·독립운동가였다. 『님의 침묵』 한 권의 시집으로 한국문학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시인이었다. 책의 텍스트는 1926년 5월 20일 서울 회동서간에서 출간한 『님의 침묵』 초간본이다. 부 구분없이 88편이 실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시인 이문재의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의 표제는 「사랑의 끝판」(138쪽)의 3行에서 따왔다. 마지막은 「나룻배와 행인」(32쪽)의 전문이다.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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