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지은이 : 성석제
펴낸곳 : 문학동네
20여년 전 손에 넣은 작가 성석제(成碩濟, 1960- )의 소설집 4권, 엽편葉篇소설 2권에서 마지막으로 손에 펼친 책이다. 내가 잡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2003년에 출간된 초판본이다. 2017년 개정판은 『재미나는 인생』(1997)과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2003)의 짧은소설들을 저자가 고르고 다듬어 엮었다.
시인 이문재는 추천사에서 말했다. “성석제의 글은 위험하다. 폭발물이기 때문이다. 이 폭발물은 독자의 눈길이 가 닿는 순간, 째각째각 초침이 돌아간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소설집은 엽편葉篇소설 32편으로 구성되었다. 아래는 책을 읽어가면서 거칠게 메모한 작품의 소재다.
불법사냥단의 염소사냥, 시베리아 곰 사냥의 목적은 쓸개, 음주운전 단속 파출소 항의 전화, 취사반장의 감동적 군대라면, 젤을 ‘체리’로 발음하는 목욕탕 이발사, 빛깔 고운 농약범벅 딸기, 순정한 성탄절 특사로 출감한 소년원출신 맏형, 이름·고향을 혼동하여 욕지거리를 내뱉는 다섯 살 아래 카레이서, 평범하게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 다 아는 길을 헤매게 만드는 시골장날 표지판, 정비업소가 고치지 못한 차량 고장원인은 가짜휘발유, 미묘한 차이가 만드는 소리, 마당의 개집은 술이 취해 들고 온 친구네 것, 교통경찰 보조의 뇌물 수수, 의심받는 전문가들의 권위, 쉽게 퇴출되지 않는 인간 똥말, 곤경에서 벗어나려 사람의 귀를 문 말귀를 알아듣는 당나귀, 학원수강하고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 술이 들어가면 손아랫사람에게 반말하는 정보기술IT 관련 사장, 새치기족을 능가하는 새로운 샥족, 초등학교 5학년의 유머, 자신을 호신용 전기충격기로 실험한 트럭운전사, 덩치에게 가스총을 쏘고 줄행랑친 친구, 글짓기 대회에서 여학생에게 대충 써준 시가 장원, 새로운 사업디자인 말을 할 수 없는 ‘침묵의 집’, 파출소 긴급출동을 막은 경운기의 주정차 금지위반 딱지, 전원주택 공사인부에 브레이크를 건 시골 ‘어제의 용사들’, 주태배기의 괴상한 노래를 막으려 할 수없이 건넨 술잔, 골동품 가게에서 옛 문짝을 싣고 달아난 동네 전문가, ‘소외’시키지 말아달라는 마을주민 명의의 현수막, 족보 있는 풍산개 백호를 제압한 트기 셰퍼드 두산이, 젊은 어머니가 외로울 때면 찾았던 약방 할매는 산중턱의 넓적한 바위.
책의 표제는 뇌물계의 거장, 위인偉人의 솜씨에 대한 이야기 「보이지 않는 손」(103-104쪽)에서 따왔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사람은 한번 더 그에게 가서 번쩍, 하는 그 황홀한 순간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은 사족蛇足이다. 과테말라 작가 아우구스토 몬테로소(Augusto Monterroso, 1921-2003)의 짧은 엽편葉篇소설 「공룡」이다.
“깨어나보니 공룡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스페인어 일곱 단어로 된 작품은 분명 시가 아니고 소설이었다. 작품은 ‘픽션’으로 인정받았고, 몇 백만 단어의 작품해석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패러디가 바쳐졌다. 그중의 하나 아르헨티나 작가 에두아르도 베르티(Eduar Berti, 1964- )의 「또 다른 공룡」이다.
“공룡이 깨어났을 때, 신들은 아직도 저기 있었다. 서둘러 나머지 세상을 창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