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다어語 마음사전

대빈창 2026. 4. 14. 07:00

 

책이름 : 바다어 마음사전

지은이 : 한창훈

펴낸곳 : 걷는사람

 

막상 소설가 한창훈(韓昌勳, 1963- )의 읽은 소설을 손으로 꼽자니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작가는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닻」으로 등단했다. 30여년이 넘는 기간에 수많은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펴냈으나, 나의 손을 거친 소설은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겨레출판, 2016)가 유일했다. 이럴 수가. 문학상수상 작품집에 실린 중·단편 서너 편을 읽었을 뿐이다.

그동안 나는 작가의 산문집만 즐겨 잡았다. 『한창훈의 향연』(중앙books, 2009),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문학동네, 2010),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문학동네, 2014),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한겨레출판, 2016). 그리고 신간 『바다어語 마음사전』을 무릎 반월연골판 봉합 재수술로 병원 입원중에 읽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은 지역과 시대,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언어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획으로 ‘마음사전’ 시리즈를 펴냈다. 『제주어 마음사전』(현택훈), 『강원도 마음사전』(김도연), 『충청도 마음사전』(박경희)에 이은 네 번째 시리즈였다. 『바다어語 마음사전』은 작가가 바다와 섬이라는 독특한 삶의 터전을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엮은 언어·문화·삶의 총체적 기록이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맛깔스럽게 그린 여수 거문도 사람들의 말과 생활문화였다. 매우 소중하다는 뜻으로 아이에게 쓰는 ‘오메 오메, 내 천금아’.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많이 늙어 보일 때 ‘아이, 너 많이 따라왔다이’. ‘찌클다’는 ‘망쳐버렸다’는 뜻. 강도 높은 노동 앞에서 겁먹지 말고 손을 부지런히 놀리라는 뜻의 ‘눈은 원래 게으른것이여’. 욕심이 과한 것을 타박하는 ‘도시고 댕긴다, 허부고 댕긴다’. ‘후진하다’와 동시에 배의 고물 선미船尾를 뜻하는‘아시탕’. 친근함이 들어있는 ‘갈아주다’. 툭하면, 여차하면의 뜻을 가진 ‘애정만 나믄’. 가장 멋진 그 순간 천벌을 받아 뒈지라는 뜻의 ‘양복 입고 칼 차고 베락 맞아 뒤질’. 배우자나 정인을 지칭하는 2인칭 ‘이녁’.

어린 시절 거대한 바다에서 전해져 오는 낮고 무거운 바다가 보내 온 소리는 세월이 흘러서도 불현 듯 들려왔다. 한시도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 동도 판잣집 돌담에서 쉬고 있던 더 멀리 가기 위해 쉬고 있던 노란새 한 마리, 수평선에 막 솟아나온 반달…. 미군 B-25 폭격으로 전시 임무로 차출된 배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꿈속 풍경의 섬은 동도 죽촌마을 사당 고개너머 무인도 큰 삼부도. 매 순간의 상황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장한철의 『표해록』.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며 섬과 섬을 이어주는 길목, 모가지 모양의 바위 더미 목너머. 해마다 여름이면 1미터 크기의 네다섯 마리 홍민어가 들어오는 유림해수욕장. 거문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마을 신추. 여순사건 때 할아버지가 숨어있던 비밀 지하공간. 극도의 가난한 생활을 유지하며 세상 부조리와 야만을 질타한 권정생 선생. 작은 거룻배로 육십일 걸리는 거문도에서 울릉도 항해. 영화 〈순정〉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동도 죽촌 마을의 다리가 불편했던 소녀. 날씨가 좋으면 행복하다고 말했던 녹색평론의 故 김종철 선생.

에필로그는 잔잔한 망망대해를 떠가는 화물선 한 척의 이미지였다. 프롤로그 「이랬던 우리의 바다가」의 이미지는 거센 파도 앞에 풍전등화처럼 서있는 등대 이미지였다. 바다를 쓰레기더미화한 것도 모자라, 핵 오염수 방류까지 저지르는 인간에게 작가는 치를 떨었다. “이 바다를 다 써먹고 나면 인류는 멸망하겠구나. 쓰레기 버릴 곳이 없으니까‘(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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