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여기는 괜찮아요
지은이 : 전성태
펴낸곳 : 창비
『매향埋香』(실천문학사, 1999) / 『국경을 넘는 일』(창비, 2005) / 『여자 이발사』(창해, 2005) / 『늑대』(창비, 2009) / 『두 번의 자화상』(창비, 2015) / 『세상의 큰형들』(난다, 2015) / 『여기는 괜찮아요』(창비, 2024)
작가가 펴낸 소설집, 장편소설, 산문집이다. 작가 전성태(全成太, 1969- )는 농촌 젊은이를 해학적으로 묘사한 단편소설 「닭몰이」로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또다른 진화’라고 불리는 따뜻한 시선과 풍성한 토속어로 향토적인 생명력을 발산시키는 소설에 나는 매혹되었다. 나는 소설집 다섯 권을 잡았다. 9년 만에 펴낸 『여기는 괜찮아요』는 이산가족 상봉, 여순사건, 세월호 참사, 코로나 팬데믹 등 한국현대사의 국가적 트라우마를 불러냈다. 표제작을 비롯한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모았다.
「깡통」은 한몽사전 편찬작업을 하는 대학 부설연구소에 파견된 몽고인 네르귀에 대한 이야기였다. 네르귀가 네 살때 그의 부모는 돈 벌러 한국으로 떠났다. 3년 뒤 오겠다는 부모는 소식이 없었다. 내르위는 앤비쉬 할아버지와 고비사막 게르에서 살았다. 한국인 부부가 한시간 머무르면서 초코파이 한 상자와 콜라 다섯 캔을 남기고 떠났다. 어린 네르귀는 콜라맛에 중독되었다. 할아버지의 오백킬로미터 떨어진 울란바토르에 깡통을 버리라는 부탁에 네르귀는 길을 떠났다. 울란바토르의 길가 산더미처럼 쌓인 고철더미 고물상 주인은 엄마였다. 한국에서 이혼한 엄마는 몇 년 전에 귀국해 새로 결혼했다. 네르귀는 고비로 돌아가지 않았다. 앤비쉬 할아버지는 그만의 길을 떠난 것이다.
「숲으로」는 탈상을 마친 의붓어머니 금이와 딸 수아의 이야기였다. 수아는 생모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금이는 고갯마루 점방 딸린 주점에 살던 여자였다. 아버지가 재혼하여 그 집으로 들어갔다. 수아도 아버지가 보고 싶어 점방 집 딸이 되었다. 금이는 장례식 때 도와준 주민들에게 답례하느라 마을회관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수아는 아카시아 꽃을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가 나이를 알 수 없는 아이를 만났다. 꿈이었다. 툇마루에서 볕을 쬐다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수아는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가족 버스」는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는 애도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중년 여성을 다루었다. 지민 엄마는 관에 넣을 편지를 써서 낭독해 달라는 부탁에 부담을 느꼈다. 그녀는 둘째딸로 이혼녀였고 시인으로 중학교 교사였다. 고2 딸 지민은 방학으로 용인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우정으로 뭉친 소형과 자영은 화장장까지 따라왔다. 가족 버스로 영암 장지까지 따라 온 세 아이는 진도 팽목항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우리만 공부해서 미안하다고 바다에 대고 말하고 싶어서”
「합석」은 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서 만난 세 여자의 이야기였다. 매주 목요일 오후 네 시면 수업이 끝났고, 세 여자는 낮술로 시작해 밤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대학촌 골목끝 끄트머리의 편의점이 단골집이었다. 캐나다에서 영구 귀국한 홍시인이 살고있는 숲으로 둘러싸인 주택가가 보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각, 노벨상 후보 홍시인으로 짐작되는 노인과 미양마 로힝로족 이주노동자들이 편의점 테이블에 합석하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에게 돌아갔고, 노인은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상봉」은 일흔 넘은 노인 장시곤이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진 막내동생 장시춘 가족을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었다. 어머니가 해산 길에 외가에 갔을 때 난리가 나서 이산가족이 되었다. 동해 일원에 발효된 대설주의보로 장시곤 네 가족은 속초 호텔에 갇혔다. 속초를 떠나 여섯시간 만에 외금강 호텔에 도착했다. 2층 대연회장에서 상봉한 장시춘 가족도 네 명이 나왔다. 동생이 간직한 부모의 결혼사진과 형이 보관하고 있는 돌 사진의 부모는 서로 다른 사람이었다.
「조용한 생활」은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학교수 김준모는 탐매探梅 마을 2층집에 세들어살고 있었다. 집주인 허노인으로부터 준모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전신 농업학교에 다녔던 李喆鎬(?)라는 인물의 학적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여순사건 특별법이 발효되면서 피해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준모는 이 도시에서 고교를 다녔고, 삼십년 만에 돌아왔다. 학적 담당자가 고교 시절의 친구 양민태와 동명이인이었다. 이철호는 세탁소 영감의 아버지(생부)였다.
「이웃」은 늦은 여름 휴가로 해변의 솔숲 야영장을 찾은 가족이야기였다. 아내 지영이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휴가지에서 진우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룻밤 야영을 준비했다. 해거름에 초등학생 딸 둘을 거느린 제대로 장비를 갖춘 캠핑족이 이웃으로 나타났다. 이튿날 아침, 이웃 텐트의 사내는 가위를 들고 야영지 소나무에 지저분하게 매달린 노끈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은 뿌리를 찾아 섬으로 여행을 떠난 형제를 다루었다. 고모를 유씨兪氏 문중 납골당 봉안당에 모셨다. 사십년 넘게 작고 초라한 농가에서 홀로 사신 고모의 유품을 정리하다, 형은 유자나무 가지에 걸린 조새를 챙겼다. 이국적인 외모의 고모는 집안 내력이었다. 공로연수중이었던 형은 심도깊에 집안 뿌리를 연구했다. 외모의 뿌리는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의 일행과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살아계실적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비화도秘話島의 문중 시제를 빼먹지 않았다. 형제는 비화도로 향했다. 백수가 다된 문중의 장동어른은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정확히 기억했다. 뿌리를 찾아 섬에까지 온 아버지 형제를 신씨 문중은 호적에 입적시켜 주었다.
「여기는 괜찮아요」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대학교수 나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양경진 학생의 에세이 리포트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앓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동영상 강의 출석도 안하고 바닷가의 텐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십년전 청산도 구들장논은 취재할 때 만났던, 그시절 면사무소 주무관이었던 오동순씨가 비매품 학술서적을 돌려달라는 전화를 했다. 그는 공로연수 중으로 업무수첩에 메모된 끝을 내지 못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만원을 빌려달라는 경진의 짧은 메일로 소설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