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수용소군도 5

대빈창 2026. 4. 20. 07:00

 

책이름 : 수용소군도 5

지은이 :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옮긴이 : 김학수

펴낸곳 : 열린책들

 

5권은 제5부 ‘도형徒刑’의 제1장 죽을 운명인 사람들 ~ 제12장 껜끼르의 40일로 구성되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찐은 1974년 2월 체포되어 독일로 추방되었다. 스위스로 이주했다가 1976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버몬트주 캐번디시에서 살았다. 본문에 앞서 「버몬트에서 쓴 편지」가 실렸다. “상황이 가장 절망적일 때, 체제가 가장 잔혹하고 파괴적일 때 투사들의 정신력과 긴장감은 가장 높아진다.”(5쪽)

1940년대 후반부터 정치범들을 격리시키는 특수 수용소가 만들어졌고, 솔제니찐도 에끼바스뚜스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일반 수용소에서 특권수와 형사범들의 노리개였던 정치범들이 한 곳에 모이면서 항쟁(탈옥·폭동)의 불꽃이 튕겼다. 도형수는 휴일 없이 2교대 12시간 노동의 제도화. 북극 노릴스끄 지방의 눈보라 속에서 일절 기계도 없이 쇄석작업을 하면서 12시간동안 단 한번 10분간 휴식. 그나마 12시간 비노동시간에서 잠자는 시간은 불과 4시간. 최초의 보르꾸따 수용소 2만8천명의 도형수들은 불과 1년 사이에 모두 죽음.

꾸이비셰프 중계 형무소의 기적은 빠벨 보로뉴끄가 형사범 두 사람을 뚜껑이 갈라질만큼 폭행. 대학 1학년 때 체포된 볼로자 게르슈니는 보안장교에게 싸움닭처럼 대들었다. “우리는 지금 다시 혁명가가 되었소! 다만 소비에뜨 정권 타도를 위한 혁명가 말이오!” 특수 수용소의 규율은 완전히 격리를 시키는 것. 누군가에게 호소할 수도 없고, 아무도 여기서는 석방되지 않고, 아무도 여기서는 도망치지 못했다. 스텝 수용소 최초의 분소는 모두 구리 채굴로, 죄수들은 규폐증이나 폐결핵을 앓았고, 병자 죄수들이 모인 스빠스크는 각지의 특수 수용소에서 모인 〈전全 소련 폐병 환자 수용소〉. 폐병 환자들은 12킬로미터 떨어진 댐 건설 현장에 왕복 4시간이 소요, 하루 11시간 노동을 채웠다. 수용소의 주소는 암호로 취급되었고 외부인은 아무도 올 수 없었고, 가족 면회도 금지.

형무소에서 시를 쓰거나 퇴고하는 것은 모두 머리로 해야 했다. 솔제니찐은 벽돌을 운반해오는 사이에 종이를 벽돌 위에 놓고 몽당연필로, 먼저 들것에 날라 온 것을 옮기는 동안에 머리에 떠올린 시구를 적었다. 게오르기 빠블로비치 쩬노는 힘이 없어 지쳐보였으나 탈출 계획이 세워지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키가 크고 느릿한 쩬노와 작달막한 즈다노크의 탈출기. 이르띠시강에 밤에 이삿짐을 배에 싣고가는 상이군인을 만나 기회를 얻었으나 발에 머리를 비비는 흰 새끼 고양이를 보고, 쩬노는 피땀어린 돈과 생명을 빼앗을 수 없었다. 탈옥한 지 3주째 수로표식계 초소에서 붉은 견장을 한 특무대원들에게 체포되었다.

특수 수용소에서 죄수의 탈출은 거물 스파이가 국경을 넘어 침입한 것과 같아, 수용소 당국과 경비대 사령부에게 오점을 남겼다. 특수 수용소의 탈옥은 몇 배나 엄하고, 어렵고, 돌이킬 수 없고, 절망적인 것으로 영웅적인 행위로 칭송. 제1차 5개년 계획 시대에 출생하여 전쟁을 모르는 건장한 청년들이 새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정치범들을 경계. 수용소의 폭동은 서류상으로 말살, 가담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관계없는 목격자들은 공포에 찌들고, 진압자들의 보고서는 소각되거나 깊은 금고 속에 보관.

에끼바스뚜스 수용소 3천명 죄수들의 단식투쟁은 막사 안에서 자유롭게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했고, 어떤 작업담당·반장도 죄수에게 폭행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베리야가 실각하자 기관은 자기의 충성과 필요성을 증명하려고 관계없는 이에게 발포했고 분쟁과 폭동을 유발, 인원 감축이나 감봉을 피할 수 있기 때문. 스탈린이 죽은 뒤 1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수용소 생활.

껜끼르의 죄수 8천명의 40일간 농성동안 수용소 구내는 살육·싸움·강간·내부 붕괴가 없자, 군대를 투입할 구실이 없어졌다. 폭동이 일어난 40일째 되는 짧은 밤이 지나자 T-34형 전차, 대포, 비행기를 앞세우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돌격대원이 진압작전을 펼쳤다. 사상자 수는 7백명이 넘었고, 수용소 병원은 만원으로 시립병원으로 이송. 1천명 이상의 죄수들이 격리 수용소로, 나머지 죄수들은 꼴리마 지방으로 이송.

5권에는 한국 전쟁 이야기가 세 번 나왔다. ‘우리는 이미 스똘리핀 차량에 있었을 때, 모스끄바 까잔역의 확성기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한 것을 알았다.’(61쪽) ‘그러나 무엇보다 중계 형무소의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였다.’(74쪽) ‘미샤 하이다로프는 소비에뜨 해병대원으로 북한에 있었을 때 군법회의에서 도망치기 위해 38선을 넘어 도망쳤다.’(220쪽)

 

p. s 마음이 흔들리면 활자도 흔들렸다. 2025. 11. 4. 시집 두 권을 포함하여 『수용소군도』 4·5·6권을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어머니의 요양원 입소 절차를 밟으면서 나의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보름동안 『수용소군도 4』를 잡았을 뿐이다. 어머니의 요양원 입소, 나의 무릎 반월연골판 봉합 재수술로 읽지 못한 책을 반납한 지 한 달이 흘러갔다. 『수용소군도』5·6권과 앞의 시집 두 권, 고다 아야의 『나무』를 대여, 다시 활자의 바다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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