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뼘 양생

대빈창 2026. 5. 12. 07:00

 

책이름 : 한뼘 양생

지은이 : 이희경

펴낸곳 : 북드라망

 

‘양생養生’의 원출전은 『장자莊子』로 저자는 ‘스스로 삶을 돌보고 가꾸는 기예’로 해석했다.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이끄는 이희경은 우리 시대의 나이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했다. 〈경향신문〉에 ‘한뼘 양생’으로 연재되었던 칼럼을 엮었다. 1부 10꼭지, 2부 10꼭지, 3부 9꼭지, 책과 영화 리뷰 4부 8꼭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1부 몸과 일상. 철학자 장 아메리-늙는다는 것은 점점 더 세계를 잃어버리고 자기 몸에 갇히는 것. 이 땅에서 여성의 폐경기는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에서 의사의 치료대상으로 위치 변환. 몸은 인식의 근거이고 권력관계의 현장. 아메리카 원주민-존재하는 것은 선물이며 그것은 호혜적 관계를 통해 순환. 만물과 함께 공기 순환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호흡, 우리의 숨. 미국의사 아널드 텔만-의료가 아픈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소비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의산복합체의 전략. 요가 동작은 힘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하는 것. 동양고전의 도道는 일상의 동선을 단순하게 구성하고 에너지를 정밀하게 분배하는 것. 록산 게이-정치적 올바름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기 몸에 켜켜이 쌓여 있는 사연과 감정을 천천히 드러내는 용기. 아픔은 몸이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라는 것을 자각.

2부 생명과 돌봄. 스위스의 세계적 조력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 대표-조력존엄사를 허용하려면 모든 국민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공의료시스템과 통증완화의료 제도도 동시에 구비. 인간 중심의 부가가치 ‘숲세권’은 동물들이 살던 곳을 침탈한 것. 우리나라 동물원은 총 345개, 공공동물원은 20개, 수백 개는 영리민간시설. 베란다 정원의 화분식물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살고 죽을 것.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나치가 유대인, 제국주의자가 식민지 민중을 다루는 방식과 정확하게 동형적. 가족을 넘어 우정의 네트워크 속에서 병든 친구를 돌봄을 함께 감당. 돌봄을 탈가족화하는 사회, 전문적인 돌봄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하게 대우하는 사회가 성숙한 시민사회. 노인 우울증 증세는 육제적으로 더 많이 발현. 이면에는 여전히 여성의 그림자가 숨어있는 노동남성 돌봄. 살아있는 가치가 있는 삶과 그렇지않은 삶의 구분은 결국 우생학의 패러다임.

3부 공동체와 연대. 평범한 사람들의 곡진한 글쓰기는 가장 강력한 자기 돌봄, 상호 돌봄의 수단. 사회학자 김찬호-돈은 개인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 두는 문제. 신체적 손상이 활동의 무능력이 되는 것은 사회적 배치의 산물. 신권위주의시대,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자연, 제3세계, 여성, 장애인, 약자에 가차없는 폭력을 행하는 성장이라는 이름.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 폭력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연대. 사회가 애도를 인정하지 않을 때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애도와 시위. 현장에서 버티고 사는 사람만이 갖는 구체적 식견과 통찰력. 공부가 구원이 되는 것은 읽기에 집중하는 동안 ‘딴짓’을 덜하기 되기 때문.

4부 나이듦과 죽음.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의 『내가 늙어버린 여름』(2021)은 평소 자기에게 낯설었던 감정들, 두려움과 상실감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과 차분히 대화를 해나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2009)는 정통 보수주의자가 자신의 삶을 구원하는 마지막 죽음. 김순남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2023)는 탈근대사회 가족의 변동을 설명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소개. 김희경의 『에이징 솔로』(2023)는 비혼 이유와 외로움에 대해, 나아가 혼자인 사람들의 돌봄, 나이듦, 죽음에 관해 비혼자 열아홉명을 인터뷰. 송병기의 『각자도사 사회』(2023)는 우리 사회의 나이듦과 질병, 죽음의 맥락을 세심하게 들춰낸. 『장자』는 중생들이 살아가는 세속은 시비를 분명히 가릴 수 있는 선명하고 뚜렷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도저하게 인식한 사상가. 사마천의 「공자세가」&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기』는 생전 불우했던 삶을 사후 죽음의 역사화를 통해 그 정당성을 보장받은 공자.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과 삼일간의 장례식장 풍경을 그린. 케이틀린 도리의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는 죽음이 공포가 아니라 친숙한 것으로, 나아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게 할 방법.

부록 간병블루스. 어머니와 10년간 살림을 합친 간병기록. 낙상으로 2번 요추 방출성 압박 골절로 병원 입원, 수술 포기, 퇴원, 간병인, 인지능력 급속한 악화, 뇌수두증 치매, 요양보호 3등급, 수두증 수술, 드라마틱한 변화, 섬망, 지남력장애指南力障礙, 시공간을 헷갈리는 인지 장애, 망상, 정신과 입원,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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