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지은이 : 백승욱
펴낸곳 : 북콤마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을 문학평론가 김명인의 자전적 기록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를 통해 만났다. ‘격동의 해’ 1991년을 상징하는 12컷의 흑백사진을 보며, 나의 기억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1991년 5월 투쟁, 사노맹 사건,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정원식 총리 서리,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3당 합당으로 태동한 거대여당 민자당, 노태우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한소 정상회담, 청와대에 초청된 민중당 얼굴들, 경희대 범민족대회, 남북고위급회담.
1부 한국 사회에 자유주의 헤게모니는 있나: 서문을 대신하여. 자본주의 질서의 ‘통치’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자유주의 제도 실천의 변천을 통해 살펴볼 것. 적폐 인물을 지목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계와 구조, 제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 1991년 이후 30여년간 지속된 자유주의 헤게모니 수립의 반복된 시도와 실패의 맥락에서 볼 것. 1991년은 현 체계와 구조, 대대적 정비 수선기, 자유주의 제도에 토대한 한국 자본주의 전반적 점검기.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 시위, 2016-17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문재인·민주당 정부 교체, 2022년 대선―지배계급과 통치의 재평가에 대한 심각한 분석 부재와 의지의 과잉이 반복.
2022년 20대 대선 평가: 촛불의 오해, 차도 응징, 그리고 자유주의라는 질문. 2022. 3. 9. 제 20대 대선 1.7퍼센트의 표차. 차도借刀 응징膺懲―문재인 정부의 칼을 빌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응징한다. 20대 대선후 상황은 탄핵됐던 박근혜는 사면으로 풀려나고, 탄핵의 혜택으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당은 급속히 퇴진 중이며, ‘보수’는 세력 재편의 모습. 1991년 이후 반복되는 세 정치세력의 분화. 〈국민의 힘〉은 YS 민주 계보와 영남당으로, 〈민주당〉은 DJ 민주 계보와 포퓰리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진보정당〉은 1991년 PD 3파 통합에서 시작한 진보정당 운동과 그 시기에 개시된 통일운동 세력의 분화와 재결합.
되돌아보는 1991년: 87 정세의 자유주의적 포섭의 시도와 잊힌 퇴조의 출발점. 1991년 5월 투쟁. ‘신노선’을 내세운 급작스러운 정치적 입장 전환으로 노동운동가들의 현장 철수. 1991년은 1987년 위기 정세에 표출된 한국 자본주의 위기 돌파라는 과제가 통치 계급의 자유주의적 전환 시도에 어떻게 수용되는지 보여주는 계기로 주목.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의 투 트랙으로 편성되고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 분리되는 경향의 시작. 김영삼 정부와 1997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는 강제된 경제구조로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 착근.
2부 2016년 촛불 항쟁과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의 지속. 2016. 4. 14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 〈새누리당〉 보수 내부의 균열이 진행되면서,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보수 대개편 추진.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야당의 무능함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진보진영과 대중운동은 탄압을 돌파하는데 한계. 2012년 말 대선에서 나온 무원칙적이고 무조직적인 대응은 사회운동 세력 내에 관념적 급진주의를, 현실 정세에 대한 분석 역량의 쇠퇴. 모든 폭로를 보수 언론이 주도하고 조율, 사건 해결의 열쇠는 검찰과 특검이 장악. 국면 전환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대표가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식으로 끝난 촛불의 희화화.
2008년, 경계를 넘어선 연대로 나아가지 못한 촛불. 2008년 5월 광우병 위험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 누적된 신자유주의적 전환에 대한 불만, 신자유주의적 변화를 강력히 추동하면서도 대중의 삶이 처한 상황에는 무기력한 신자유주의 국가에 대한 반발. 정치는 단지 기존 구조에 대한 반발이나 풍자가 아니라 그 구조를 전화하고 전복하기 위한 시도. 2008년 이후 한국 사회가 보여준 것은 통치에 대한 분석도, 사상적 논쟁도 점점 소멸해가고 지식인들이 항상 대중을 볼모삼아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기만 할 뿐.
사회학자 백승욱(白勝旭 , 1966- )은 1991년을, 통치 집단이 유신 체제의 특성에서 벗어나 제도를 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전환하려 시도한 시점이었다. 1991년은 현 제도와 구조가 형성된 출발점이었다. 책은 어떤 ‘자유주의적 전환’의 시도가 있었고 그 제도 편제들의 유산이 지금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질문했다. 사회학자는 말했다. “‘민중의 최종 승리를 가로막는 적폐와의 대결’이라는 허구적 우적론友敵論과 결별하고, 현행 질서의 재생산을 뒷받침하는 ‘통치’의 문제로 논점을 옮겨 자유주의 제도 실행의 안착과 균열, 변환의 과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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