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지은이 : 신용목
펴낸곳 : 창비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서정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자기갱신을 시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신용목(愼鏞穆, 1974- )의 시집을 처음 펼쳤다. 어느날 나는 〈지혜의숲〉 시집코너 앞에 서서 대여목록에 메모한 시집을 찾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먼저 닿았다. 그때 표제가 눈길을 끄는 시집이었다.
시인은 2000년 『작가세계』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는 네 번째 시집이었다. 부 구분없이 71편이 실렸다. 시인 허수경은 추천사에서 ‘시집의 시간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살게 하는’ 시집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해설 「우리를 깨뜨릴 이 돌멩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에서 “차마 경계 지을 수도 없는 인간이라는 보편의 사정을 한 철저한 개인의 반성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를 보여”(182쪽) 주었다고 했다.
시집은 시인 백석(白石, 1912-1996)의 업적과 문학정신을 기려,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子夜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된 〈백석문학상〉 제19회 수상시집이었다. 시편들은 한 문장의 「진흙 반죽 속에서 조금씩 내가 되어 걸어 나오는 진흙인간처럼」, 「이별」에서 9쪽 분량의 「게으른 시체」까지 다양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 내가 돌아보았다. //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 나는 돌아보았다.
표제는 「모래시계」(16-17쪽)의 8-10연에서 따왔다. 마지막은 「이 슬픔엔 규격이 없다」(139쪽)의 전문이다.
밤, 비에 젖은 발자국을 한장씩 걷어와 차곡차곡 너를 쌓아올려보지만, 바닥에 음각으로 찍힌 발자국은 포갤수록 사라지는 풍경의 마술, 아래층에서는 꼭 무엇을 본 것처럼 아기가 울고 있지만, 웅덩이에 잠겨 있는 발자국처럼 거기 빨갛게 가라앉는 낙엽처럼, 순서를 기다리는 꿈이 살수 없는 사람으로 흩날리는 잠 밖에서, // 한가지 일은 그리워하는 것, 다른 한가지는,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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