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지은이 : 이탈로 칼비노
옮긴이 : 이현경
펴낸곳 : 에디토리얼
‘사회적 건축가’ 봉하사저의 故 정기용(鄭奇鎔, 1945-2011) 선생의 『사람·건축·도시』에서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리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를 처음 만났다. 가장 많이 인용된 책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었다. 장편소설은 줄거리도 없고, 주인공도 없었다. 서사도 없이 묘사만 있을 뿐이었다. 200여 쪽 남짓한 소설 속에는 ‘상상의 도시’들만이 등장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와 더불어 현대문학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는 사실이었다. 작가의 후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펼친 세월이 2011년 연말이었다.
그 시절, 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탈리아 작가라니. 이탈리 칼비노는 쿠바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조국을 잊지 말라고 이름을 지었다. 두 살이 되기 전에 온 가족이 모국으로 돌아왔다. 칼비노는 자기 이름이 ‘호전적인 국수주의자’ 같다는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다.
단 한권의 책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은 뇌리에 작가의 이름을 깊게 새겨 놓았다. 군립도서관에 비치된 작가의 책들을 대여목록에 올렸지만 자꾸 뒤처졌다. 어느날 작가의 유작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가 눈에 띄었다. 출간된 지 벌써 3년이나 지났다. 급하게 군립도서관의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책을 손에 들었다. 더 이상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들을 뒤로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1984년 6월 이탈로 칼비노는 이탈리아 작가 최초로 하버드 대학의 유서 깊은 ‘찰스 엘리엇 노턴 시학 강의’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칼비노는 강의 노트를 작성하던 1985년 9월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타자로 친 강의 원고는 1988년 가르찬티 출판사에서 초판이 출간되었다. 이탈리아 전문 번역가 이현경이 옮긴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의 텍스트는 이탈리아 최대 출판사 몬다도리가 펴낸 ‘세계문학전집 〈이 메리디아니〉 『이탈로 칼비노, 에세이 1945-85』’ 제 1권이었다.
칼비노가 강의록에 붙인 제목은 ‘다음 천년기를 위한 여섯 가지 메모’였다. 칼비노는 ‘새 천년에도 보존되어야 할 몇 가지 문학적 가치’를 가벼움, 신속성, 정확성, 가시성, 다양성, 일관성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어에 담으려 했다. 책에는 ‘일관성’ 원고가 빠져 있었다. 칼비노는 미국 하버드에 도착하여 원고를 마감하려고 했다. 부록 「시작과 끝에 대하여」는 ‘일관성’의 미완성 원고였다.
새로운 천년기를 위한 이탈로 칼비노의 『강의』가 쓰여진 지 41년이 지났다. 칼비노의 부인 에스더 칼비노가 서문을 썼다. 후기는 조르조 만가넬리가 1988년 6월 〈일 메사제로〉지에 발표한 논문을 실었다. 후기에서 말했다. “칼비노에 대한 모든 논의는 수사학이라는, 미스터리하고 다의적이며 상징적인 정점으로 이어진다.” 칼비노는 강의 원고에서 자신의 작품을 모두 언급했다.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환상성으로 동화적인 방법,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과학적 수학적 방식 『우주 만화』, 『티제로』. 구조주의와 기호학의 영향을 받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 『교차된 운명의 성』. 새로운 방식의 하이퍼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철학적 성찰 『팔로마르』까지. 다음에 손에 들 책은 ‘우리들 선조들’ 3부작에서 두 번째 소설 『나무 위의 남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