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대빈창 2026. 5. 28. 07:00

 

책이름 :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녹스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라디오 PD' 정혜윤의 여섯 권째 책을 잡았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책에 대한 책이었다. 작가는 말했다. “독서란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나 역시 내 삶의 결을 완성해 나간다는 것. 나아가, 책은 내가 아닌 타인의 삶과 연결되기 위한 쉽고도 진실한 다”라고.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계속 말을 거는 목소리 하나가 마음에 남을 수 있다.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야쿠시마 섬의 농부 시인 야마오 산세이(山尾 三省, 1838-2001)의 詩 「시시포스」(『나는 숲으로 물러난다』에서). 끊임없이 산꼭대기로 바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헛수고하는 형벌을 받는 신화 속의 시시포스. 다른 세상·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선물로 만드는 시.

2장 삶의 재료. 덴마크 출신 작가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an, 1885-1962)의 『바베트의 만찬』. 파리의 카페 앙굴레의 여성 천재 요리사 바베트. 그녀는 코뮌 지지자로 혁명이 실패하자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베를레보그로 왔다. 나이 많은 두 자매 마르티네와 필리파의 노란집에서 함께 살았다. 자매의 죽은 아버지 목사·예언가의 백번째 생일날, 바베트는 진짜 프랑스 요리를 거창하게 차렸다. 식사 재료비 만 프랑은 그녀가 프랑스 복권에 당첨된 상금을 몽땅 쏟아 부었다. 작가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존재’,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예술가로 생각.

3장 변신의 여행.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모비 딕』. 우리를 먼 바다로 데려가 온갖 생명이 뒤엉킨 광활한 삶을 보여준. PD는 세월호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떠난 그림의 영향으로 갑자기 고래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고래와 함께 묻는 동안에 인간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비 딕』은 바다를 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한 다리를 잃어 절름발이가 된 에이해브 선장의 모비 딕을 향한 편집증적이고 광적인 몰두.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현실과 허구와 꿈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지난날 우리가 떠나보지 못한 길을 떠난 용감한 이방인들을 희망의 근거와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42쪽)

4장 슬픔, 아름다움, 운명. 현대도시에서의 삶이라는 세속적 시간에 대한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 영국 출신 논픽션 작가 제프 다이어(Geoff Dyer, 1958- )의 『그러나 아름다운』. 재즈계의 전설들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되살려낸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 ‘그들은 음악에 관한 한 고집스럽고 맹목적이었고 비타협적이었고 물러나지 않았고 견디지 못할 것이 없다는 듯이 싸웠다.’(76쪽) 제주항공참사로 가족을 잃은 임의진 목사. 공항 휴게실에서 유족 아이들과 색칠놀이를 하고 블록 쌓기를 하는 4·16가족나눔봉사단. 음식을 마련해 달려운 ‘남태령 대첩’의 여성농민들. PD는 이들 덕분에 나빠지고 있는 것만 같은 세상에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에만 빠져 있지 않을 수 없었다.

5장 내 인생 이야기하는 법.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하버드대 문학 강연 초록,『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첫 번째 키워드 ‘가벼움’. 『우주 만화』는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과 어린아이의 미숙하고 순수한 목소리, 신비롭고 웃긴 에로스와 만나는. 엄마가 가출하고, 세월호 참사로 둘째를 잃은 ‘저소득층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일을 배워 가게를 열고 옷만드는 일을 시작한 〈세월호 축구단〉의 아빠. 누구도 슬픔만으로 살아갈 수 없어서, 축구는 끝까지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아빠는 그 와중에도 자신처럼 혼자일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혼자서 슬퍼할까 적정했다.

6장 우리 함께 어둠을. 자연이라는 거대한 책을 읽는데 능숙한, 미국 수필가 배리 로페즈(Barry Lopez, 1945-2020)의 『호라이즌(지평선)』. 자신의 정체성을 ‘신비의 가장자리에서 메모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규정. 태평양·갈라파고스·남극·호주·아프리카까지 여행 기록을 담은 책. 1987년 남반구의 가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 겜스복 국립공원. 눈구멍 가장자리 깃털이 피에 젖은 오른쪽 눈알이 없는 ‘엷은울음참매’가 사냥감을 찾으려고 사바나를 살폈다. 나바호 인디언의 ‘뷰티웨이’ 의식은 환자를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상대’로 되돌려놓기 위해 주술사가 며칠에 걸쳐 부르는 노래. 신비한 힘이 있는 일종의 부적으로 여행지에서 들고 온 기념품 ‘탤리즈먼’. 조개껍데기, 돌멩이, 탄피, 작살촉, 유칼립투스 열매 두 개…

7장 책의 마법, 삶의 마법.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말』.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 14,000킬로미터를 1년에 두 번씩 날아가는 새. 총거리를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을 왕복하는 먼 거리를 비행한다고 해서 별명이 ‘문 버드’인 도요새. 113그램의 작은새가 기진맥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먹을 것이 없어 많은 새들이 죽어갔다. ‘책 한 권이 삶의 전환점이자 어떤 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페이지마다 삶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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