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
지은이 : 조르주 페렉
옮긴이 : 조재룡
펴낸곳 : 문학동네
『이탈리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로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지평을 크게 넓힌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인생사용법』을 만났다.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리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는 말했다. “페렉은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문학인 중 한 사람이다.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다.” 내가 그동안 잡은 프랑스 문학은 단편소설 작가 마르셀 에메(Marcel Aymé, 1902-1967)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 )의 산문집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고작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출판사 《문학동네》의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주 페렉 선집 7〉이었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다. 선집의 마지막 『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을 우선 손에 펼쳤다. 책은 1973년 도노엘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소설은 출발점도 도착점도 없는 무의식의 미로 속에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124개의 꿈에 대한 사적이고 시적인 기록이었다. 1968년 5월부터 1972년 8월까지 꾸었던 꿈 124개를 필사해 각각 번호를 매기고 연도와 월별로 모은 소설이었다. 1968년 5개, 1969년 7개, 1970년 28개, 1971년 60개, 1972년 24개의 꿈을 모았다.
페렉은 꿈의 표현 방식을 찾는 행위를 꿈을 옮겨 적기, 즉 필사transcription라고 불렀다. 노트에 하루하루의 일상을 적듯이 꿈을 기록한 조각―메모 글을 하나로 그러모은 자전적 기록이자 몽환적인 이야기였다. 수용소의 꿈에서 시작되는 (1「키 측정기」)에서 나치 친위대에 쫓기다가 실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124「밀고」)로 끝났다.
의사에게 병을 오래전부터 말해왔다는 단 한 줄로 기술된 경험 (9「축농증」), 친구와 함께 쇼핑하면서 본 가전제품에 대해 자문하는 단 두 줄짜리 메모 (44「하이파이」)에서, 단편소설처럼 긴 꿈 7쪽의 (57「귀가」), 5쪽의 (85「여러 공과 여러 마스크」)까지 다양했다. (96「창문」)은 삭제기호 //가 전부였다.
페렉은 20세기 현대문학의 가장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작가였다. ‘부티크’에서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발견하고, 전통적인 표현들이 자신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대에, 충격적인 밀도로 ‘꿈의 언어’란 실험적이고 낯선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제안했다. 페렉은 45세에 타계하여 작품 활동기간은 15년 남짓이었지만 소설과 시,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미술비평 등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도전적인 실험정신과 탁월한 언어감각, 방대한 지식, 풍부한 이야기, 섬세함 감수성으로 종합적 문학 세계를 구축한 대작가로 인정받았다.
부티크(boutique)는 고급 기성복이나 장신구, 양장 소품 따위를 파는 가게를 가리켰다. 마지막 조각(124「밀고」)의 네 번째 단락(327-328쪽)의 부분이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우리는 직물 상인의 가게 앞을 다시 지나간다. 두 길모퉁이에 있는 어느 부티크다; 신고딕 건축양식(망루, 돌출 회랑). 부티크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는 까닭을 모를 리 없는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그 부티크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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