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가 사랑한 거짓말

대빈창 2026. 6. 10. 07:10

 

책이름 : 내가 사랑한 거짓말

지은이 : 장석남

펴낸곳 : 창비

 

‘90년대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약관의 나이로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한 인천 앞바다 덕적도 출신의 시인 장석남(張錫南, 1965 - ). 시인친구 함민복(咸敏復, 1962- )이 자주 입에 올렸던 시인. 막상 손에 펼친 책이 없었다. 산문집, 그것도 개정판 『물의 정거장』(난다, 2015)이 유일했다. 군립도서관의 신간 시집을 대여했다.

‘탁월한 언어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서정시의 지평을 넓혀 온 시인’. 2025년 ‘창비시선’ 첫 번째 시집은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었다.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 2017) 이후 8년 만에 펴낸 시집이었다. 시집은 자야子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된 〈백석문학상〉의 제27회 수상작이었다. 시집의 「아버지의 옷」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 공초 오상순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서울신문사가 1992년 제정한 〈공초문학상〉의 제33회 수상작이었다. 추천사는 시인 박연준의 몫이었다.

시집은 도연명 풍의 서정시 1부 15편, 가계시가 주축인 2부 9편, 사유가 빛나는 서정시들 3부 30편, ‘정치시’가 분출된 4부 20편, 모두 74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최원식(崔元植,, 1949- )은 해설 「벼락같은 서정시」에서 ‘오랜 정진을 통해 도달한 시경詩境을 활달하게 전개하는 원숙함’(137쪽)이라고 평했다.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1999)을 정치시집으로 읽었다. 맥락은 4부의 시편들로 이어졌다. 조숙한 혁명가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1482-1520)를 읊은 3편. 60년대를 대표하는 민중시인 석림石林 신동엽(申東曄, 1930-1969) 풍의 「꽃송이 하나 떨어져」. 두보의 시를 빌려 성삼문을 비롯한 옛 선비들을 읊은 「꽃밭에서」. 정치의 사법화를 풍자한 「법의 자서전」. 12·3 내란을 예감한 시참詩讖 「서울, 2023, 봄」.

제사題辭가 쓰인 詩가 세편이었다. 부제가 ‘2022 봄’인 「꽃밭에서」는 ‘猶殘數行淚(아직 몇줄기 눈물 남아 있으니) 忍對白花叢(차마 온갖 꽃무더기 마주할 수 있겠나) ―두보「등우두산정자(登牛頭山亭子)」’(101쪽). 「발명가」(121쪽)의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다!’는 기형도(奇亨度, 1960-1989)의 시 「기억할 만한 지나침」에서 인용.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 그림쟁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 그러나 바로 이 두 번째 것만이 / 나를 책상으로 몬다.―베르톨트 브레히트「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마지막은 「서정시를 쓰십니까?」(63쪽)의 본문 전문이다.

 

서정시를 쓰십니까? / 아니요 벼락을 씁니다 / 벼락 맞을 짓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 벼락 맞을 짓을 하는 인간들에 대해서 / 벼락에 고하는 글을 씁니다 // 벼락에 고하는 글 / 화평한 서정시를 쓰고 싶습니다 / 위선과 비열, 몰염치와 야비, 교활하기까지 한 / 그 가면들을 순간의 빛 속에 가두고 / 때리는 // 서정시를 쓰십니까? / 아니요 ‘서정시’를 씁니다 / 벼락같은

 

p.s 20세기 초 유럽에서 벌어진 양차대전의 참상을 겪은 독일의 극작가·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시를 썼다. 독일의 철학자·사회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 1903-1969)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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