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남쪽으로 튀어! 1·2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옮긴이 : 양윤옥
펴낸곳 : 은행나무
도쿄 나가노의 낡아빠진 목조 이층 건물 단독주택을 전세로 살고 있는 우에하라家. 아버지 이치로는 185센티미터의 거구로 힘이 장사였다. 왕년의 혁공동(革共同, 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행동대장이었다. 미일 안전보장 조약 개정 반대 ‘안보 파기 투쟁’이후 학생운동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자칭 작가였다. 하지만 활자화된 글은 없었다. 현관 신발장 앞에는 체 게바라의 사진이 붙어있고, 걸핏하면 집앞에 형사들이 진을 쳤다. 수학여행 건으로 항의하러 학교에 간 아버지가 달려드는 경찰관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국가의 개들, 거기서 세 번 빙빙 돌고 왕왕 짖어봐라!”(112쪽)
운동권의 과격파였던 아버지는 아나키스트로 전향했다.
“더 이상 민중에 의한 혁명은 없어, 마르크스주의는 패배했다고!”(328쪽)
어머니 사쿠라는 오래된 맨션 1층 작은 찻집을 운영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렸다. 어머니는 대학시절 ‘오차노미즈 여자 대학의 잔다르크’로 불리었던 미모의 여전사였다. 자신의 감상적 사회주의에 회의를 느껴 운동권에서 은퇴했다. 연인이었던 조직 리더의 아이를 밴 것도 모른 채 헤어졌다. 라이벌 분파에 침투하여 활동하다, 리더 이치로의 활동력에 반했다. 투옥 중에 해산한 첫딸 요코를 이치로가 키웠다.
요코는 스물한 살로 어머니를 닮아 키가 큰 미녀였다. 고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경리로 취직했다. 중년 유부남을 사랑했다. 소설의 화자話者 지로는 열한살로 초등학교 육학년이었다. 식욕이 왕성한 사춘기로 아버지를 닮으려는지 키가 쑥쑥 컸다. 중학생 일진 가쓰에게 시달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가쓰와 시비가 붙었고, 얼떨결의 싸움 끝에 상대가 죽은 줄 알고 불량친구 구로키와 가출을 감행했다. 모모코는 지로와 두 살 터울로 아홉 살, 초등학교 사학년이었다.
담임 이나미 아야코가 가정방문을 왔을 때, 아버지는 아들의 기미가요(일본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비싼 수학여행 비용에 학교와 여행사의 리베이트를 의심, 항의하러 학교를 찾았다. 대학시절 운동권 후배 아키라 아저씨가 찾아왔고, 아버지는 두말없이 숙식을 해결해주었다. 아키라 아저씨는 혁공동 조직의 반대파 우두머리 오카다를 살해하고 구속되었다. 사건의 여파로 집주인은 재계약을 거부했다. 20년만에 외할머니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요츠야의 전통의상 전문점 ‘다이코쿠야大黑屋’ 호리우치家의 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 야반도주했다. 지로와 모모코는 외할머니 댁을 찾아갔고, 상류계급의 달콤하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동경했다.
1권의 무대는 도쿄였고, 2권은 오키나와 열도의 이리오모테 섬이 배경이었다. 요코만 도쿄에 떨어졌고, 네 가족은 이시카키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버지 이치로의 할아버지 간진 어른은 섬의 전설적인 레지스탕스였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후텐마普天間 미군 제트 전투기에 불을 지른 사건으로 섬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낡은 어선 두 척에 두 트럭의 짐을 옮겨 싣고, 스무여명의 아저씨들도 함께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동했다. 하테루마坡照間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개척했던 땅 소나이祖納, 몇 십년동안 비어있던 무너져가는 돌담의 빈집을 수리했다. 예전에 십여세대가 살았던 가장 크고 덜 무너진 집이었다.
도쿄에서 빈둥거리던 아버지가 돌변했다. 텃밭을 일구고, 배를 몰고 고기잡이까지 쉬지않고 땀을 흘렸다. 섬사람들은 사유재산 의식이 없었다. 모든 물건이 섬사람 모두의 것이었다. 남자와 헤어지고 요코 누나가 찾아왔다. 우에하라 가족의 집터에 신이 내려오는 신성한 장소 우타키御嶽가 있었다. 도쿄의 ‘케이티개발’이 사들여 리조트 건축을 지으려는 땅이었다. 시민단체 〈이리오모테 섬의 바다와 숲을 지키는 모임〉은 ‘호텔 건설 반대 운동’을 펼쳤으나 소부르주아 개량주의 운동에 머물렀다. 이치로는 냉소했다.
“좌익 운동이 슬슬 힘이 빠지니까 그 활로로서 찾아낸 게 환경이고 인권이지, 즉 운동은 위한 운동이란 거요. 포스트 냉전 이후 미국이 필사적으로 적敵을 찾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야.”(176쪽)
집을 철거하려고 케이티개발과 토건업자 의원의 블도저와 파워쇼벨이 들이닥쳤다. 전국지 신문사와 도쿄 텔레비전 방송국, 연일 매스컴이 밀려들었다. 아버지와 세계일주 중인 ‘별아래 캠프장’ 관리인 캐나다 유대인 배니씨가 바리게이트를 치고 막아섰다. 어머니는 집안 기둥에 몸을 묶었다. 외길의 바리게이트를 부수고 진입하던 불도저가 구덩이에 빠졌다. 밤새 아버지가 함정을 파 놓았다. 경찰이 아버지와 어머니, 배니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태풍으로 출항을 못해 공공회관에서 하룻밤 머물 때 셋은 도주했다. 배니씨는 케이티 사무실 가건물과 자마 토건의 자재창고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아버지와 엄마는 가장 남쪽의 작은섬 하테루마로 떠났다. 세 남매가 공공주택에서 생활했다. 지로와 모모코는 학교에 다녔고, 요코는 오바라항 근처의 선물가게 겸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로는 아버지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오쿠다 히데오(奧田 英朗, 1959- )의 소설을 처음 잡았다. 소설가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데 탁월’했다.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한국작가 박민규와 이기호를 떠올렸다. 제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공중 그네』를 서둘러 군립도서관 대여목록에 올렸다. 소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도 의외로 정신적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실을 재미있고 리얼하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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