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시와 물질
지은이 : 나희덕
펴낸곳 : 문학동네
『시와 물질』은 시인 나희덕(羅喜德, 1966- )의 열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받는 존재들의 맨 얼굴과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간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생명과 연대 감각의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끌어안았다. 1부 ‘밤과 풀’ 12편, 2부 ‘파편들’ 13편, 3부 ‘피와 석유’ 13편, 4부 ‘산호와 버섯’ 13편에 나뉘어 모두 52편이 수록되었다.
많은 시편들이 생물학·생태학·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저서를 참조했다. 가비노 김의 『동시대 미술의 파스카』(2021), 버니 크라우스의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2013),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2014), 리베카 솔닛의 『오월의 장미』(2022), 도리스 필킹턴 가리마라의 『토끼 울타리를 따라서』(2021), 애니 칭의 『세계 끝의 버섯』(2023), 사울 레이터의 『영원히 사울 레이터』(2022).
마텐 반덴 아인드의 〈플라스틱 산호초〉(설치, 2008-2013), 올라퍼 엘리아슨& 미닉 로싱의 〈얼음시계〉(설치, 2004), 염지혜의 〈물구나무종 선언〉(영상, 2021), 플리드리히 횔덜린의 詩 「빵과 포도주」, 기초생활수급자의 존엄한 죽음을 다룬 기사 『시사 IN』 374호의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 편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이올란타〉, 목수공방의 108 나무숟가락을 참조하여 시가 쓰였다.
문학평론가 박동억은 해설 「가없는 휴머니즘」에서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배경에 지나지 않던 타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시집’(125쪽)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와 미국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이 등장하는 시집을 여는 첫시 「세포들」(12-13쪽)의 일부분이다.
린 마굴리스는 말했지 / 진화의 가지런한 가지는 없다고 / 가지런한 가지는 생명의 궤적이 아니라고 // 한 번도 질서정연한 적 없는 생명, / 생명의 덩굴은 어디로 뻗어갈지 알 수 없어 // 그야말로 소용돌이 // 칼 세이건은 말했지 / 우리는 아주 오래전 별 부스러기들로 이루어졌다고 / 빅뱅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 / 그 원소들로부터 왔다고 // 우리 몸에는 / 인간 세포 수보다 박테리아 수가 훨씬 많다지 // 박테리아 덕분에 살아가는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