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숲을 읽는 사람
지은이 : 허태임
펴낸곳 : 마음산책
식물분류학자는 자신을 ‘초록草綠 노동자’로 규정했다. 한 권의 책을 접했지만 젊은 학자의 글에 매료되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졌다. 나는 그녀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자신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가장 서툰 생물은 아마도 인간일 것”(223쪽)
2023년 늦가을에 포스팅한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의 마지막 단락이다. 『숲을 읽는 사람』은 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허태임(許泰任, 1986- )의 두 번째 책이었다. 군립도서관 신간도서 목록에서 벽력같이 눈에 띄었다. 책의 헌사獻詞는 “길이 없는 곳에 사는 식물들을 찾아가기 위해 길을 만드는게 나의 일이니까”였다. 3부에 나뉘어 25편의 글을 담았다.
1부 그 캄캄한 숲의 밤. 강원 양구 국립수목원의 분원 DMZ 자생식물원 시절, 김훈의 장편소설 『내 젊은 날의 초상』 비정규직의 식물세밀화가 여주인공의 모델을 닮았다고 찾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장미를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집트·중국 고대문명이 꽃피웠던 기원전 3000년, 또는 중국 공자 기록·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의 시 기원전 5-6세기 무렵. 장미의 개량·육성한 원예종은 오늘날 3만7천여종. 진드기 감염병, 반달가슴곰·멧돼지 출몰, 절벽 추락, 야간 실종, 전기울타리 감전…등 고위험 직업군 식물연구. 울릉도 성인봉 9부 능선의 1962년 천연기념물 제50호로 지정된 ‘울릉 대하동 솔송나무·섬잣나무·너도밤나무 군락’은 축구장 25배 면적의 천연림.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은 혈통의 참나뭇과 식물.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구상나무를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평가, 남덕유산 근처 월봉산의 우리나라 고유식물 구상나무 자생지. 미역줄나무는 고산의 키가 작은 나무을 에워싸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동아시아의 전통 약재 식물로 염증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벌깨풀은 지구상 남방한계지가 감원 삼척, 국내 자생지 네 곳중 한 곳이 관광지 개발로 몽땅 훼손.
2부 함께여서 가능한. ‘현장과학자’를 자칭하는 경북 영양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동물학자 우동걸, 한국에서 매년 약 2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 1904년 뉴질랜드 선교사가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서 중국 다래 씨앗을 채집·개량한 것이 키위. 열매가 새알을 닮았고, 열매 표면의 보송보송한 털이 키위새와 비슷해서 붙인 이름. 마흔다섯 개의 산이 있는 경북 봉화는 군 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이 산지. 가문비나무가 자라는 곳은 백두대간 1500미터 산정 중에서도 특히 눈이 잘 녹지않는 장소. 가문비나무가 빠르게 사라진 것은 기후위기보다, 스키장 건설로 군락지가 너무 쉽게 파손되었기 때문. 우리나라 낙엽수림에서 가장 먼저 잎을 틔우는 대표적인 나무 귀룽나무. 노동절 무렵에 꽃이 활짝 펴서 '메이데이 트리Mayday Tree', 열매를 새들이 특히 좋아해서 '버드 체리Bird Cherry'. 가야산국립공원은 동네 뒷산, 1433미터 칠불봉 정상의 희귀식물들. 설악산·점봉산 1300미터 이상의 고산에 사는 희귀식물 바람꽃. 적설량이 많고 잔설이 오래 머무르는 곳에서 군락을 형성. 전남 광양에서 강원 양양까지 내륙을 관통하는 59번 국도를 식물분류학자는 ‘팽나뭇길’로 명명. 도담상봉을 지나 소백산 북서쪽 자락의 협곡처럼 휘어진 깊은 곳에서, 찾아 다닌지 10년 만에 만난 노랑팽나무. 가축 먹이로 20세기 초에 들여 온 외래식물 토끼풀. 땅을 기름지게 하고 목초와 꿀을 생산하는 토끼풀의 연간 가치는 한화로 2조원이 넘는 규모. 시드볼트는 씨앗seed 보관하는 금고vault,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시드볼트와 함께 지구상 단 두 곳. 기후변화와 전쟁 등 지구 차원의 대재난에 대비해 식물의 멸종을 막고자 마련된 시설.
3부 계절의 경계에 서서. 강원 태백산과 경북 소백산을 잇는 산마루와 산마루 사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내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봉화 춘양은 평균 최저 기온 영하 18.95도. 암수 딴그루 붉나무는 열매 거죽에 소금처럼 하얀 가루가 생겨서 ‘염부목’ 소금염鹽 피부부膚.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국립식물표본관은 18세기부터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집된 식물표본이 잘 본존되어 있는 곳, 러시아 미사일과 이란이 지원한 자폭 드론의 무차별 공격으로 훼손. 지구상에 1000여종이 넘는 겨우살이 종이 번성, 다른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반半기생식물. 서양에서 행운의 상징, 액운을 무찌르는 부적으로 여기는 겨우살이. 우리 숲에서 가장 먼저 꽃눈을 틔우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올괴불나무. 겨울눈은 혹독한 환경을 무사히 견디기 위해 나무가 선택한 생존전략. 박주가리 씨앗 하나하나를 이르는 ‘수과 여윌수瘦 과일과果’. 더 잘 날기 위해 민들레 씨앗보다 더 크고 더 길고 더 반짝이는 솜털을 단, 여문 박주가리 수과. 식물분류학자가 혼잣말로 식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고쳐 부르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