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이었다. 택배를 받으러 시간 맞추어 주문도 느리항에 나갔다. 9시20분 화도 선수항 출항 삼보12호가 닿을 시간이었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택배를 일요일로 받게 날짜를 조절했다. 평일 아침배가 느리항에 닿으면 택배를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평일 학교로 배달되는 택배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날씨였다. 시간은 오전 10시30경,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가리켰다. 물때는 열두물이었다. 400톤에 가까운 객선이 아차도에서 주문도로 뱃머리를 돌리자 물결이 출렁거렸다. 무엇인가 꾸역꾸역 선착장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아기머리통만한 얼음덩어리였다. 유빙流氷의 배아세포(胚芽細胞, 아직 분화되지 않은 배세포) 혹은 유빙의 씨앗으로 보였다. 마치 여름 한낮 밀물을 타고 들어오는 물엄소(민챙이)알 무더기 같았다.
2008년 서해의 작은섬 주문도에 삶터를 꾸렸다. 그동안 두 번의 유빙을 겪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2011년 신묘년辛卯年이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에도 서도西島 좁은 해협에 유빙이 들어 찰 가능성이 높아졌다. 들리는 소문에 한강의 얼음장들이 김포반도와 강화도의 해협 염하강鹽河江에 밀려들었다고 한다. 얼음장들은 교동대교와 석모대교로 진출한 것이다. 그리고 서해 먼 바다의 길목 주문도·볼음도·아차도의 좁은 해협에서 서로 몸을 부딪힐 것이다.
주문도에서 갯벌에 얹힌 성에와 얼음장을 죽쎄기라고 불렀다. 물이 썰면 한강에서 떠내려 온 얼음장과 죽쎄기가 한 몸으로 엉겨 붙을 것이다. 물결이 일고, 조리로 고르듯이 염농도가 낮은 해수면의 바닷물이 ‘유빙의 씨앗’에 끼얹어지면서 얼음장은 점점 몸을 부풀릴 것이다. 유빙은 덩치가 커지면서 무거워진 몸을 갯벌에 뉘였다. 서로 몸을 밀치면서 섬들 간의 좁은 바다를 메꿀 것이다. 이미지의 얼음덩어리 ‘유빙의 씨앗’에 맹아萌芽가 들어 있었다. 날이 풀리면 한강의 얼음장들이 뗏목처럼 강화바다로 무섭게 떠내올 것이다. 그때, 유빙의 절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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