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빛과 실
지은이 : 한강
펴낸곳 : 에크리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 아름다운 금실이지
여덟 살(1979년)의 어린 작가가 삐뚤빼둘 글씨로 쓴 시였다.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작가는 유년의 일기장 사이에서, 어린 손으로 만든 제본노트에 연필로 쓰인 여덟 편의 시를 만났다. 어린 작가는 이사를 앞두고 자투리 종이, 공책, 문제집의 여백, 일기장 여기저기에 쓰였던 시들을 추렸다. 천진스럽고 서툰 문장의 시는,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의 화두였다.
시상식 직후에 열린 연회에서 밝힌 수상수감 「가장 어두운 밤에도」, 노벨박물관에 찻잔을 기증하며 남김 메시지 「작은 찻잔」. 『빛과 실』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수상이후 펴낸 첫 책이었다. 시문집으로 불러야겠다.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일기까지 모두 열두 꼭지의 글을 담았다. 표지사진과 본문의 거울에 비친 정원, 작가의 작업실, 기증한 찻잔 등의 사진은 작가가 손전화로 찍었다.
「출간 후에」는 제주4·3 항쟁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의 후기後記였다. 최초의 제목은 ‘새가 돌아오는 밤’이었다. 작품은 첫 페이지를 쓴 날로부터 완성하기까지 거의 칠년이 걸렸다. 그 사이 얇은 노트로 열권이 넘는 많은 양의 메모가 쌓였다. 스스로 묻고 답하고 길을 찾으려 더듬어간 기록들이었다. 각기 다른 인물, 다른 내러티브로 원고지 오십 매, 백 매, 길게는 이백 매까지 쓴 비전들도 남았다. 긴 시간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작가는 찻잔에 홍차잎을 넣어 우려 마시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북향 정원」은 2019년 마흔여덟 살에 작가의 명의로 처음으로 마련한 온전한 집에 딸린 북향 정원을 가꾸면서 쓴 일기였다. 2021, 2022, 2023년의 59일치가 실렸다. 가로 백팔십 센티미터, 세로 사십 센티미터의 긴 사각형으로 벽돌로 반 뼘 높이의 턱을 쌓았다. 북향이라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미스김라일락, 불두화, 아기청단풍과 옥잠화, 호스타, 맥문동을 심었다. 나무와 화초에게 여러 개의 탁상용 거울을 이용해 남쪽으로 비치는 햇살을 비추어 주었다. 십오분에 한번씩 거울의 각도와 위치를 바꾸어야했다. 정원을 가꾸는 기쁨을 작가 특유의 담담한 서정적인 문체로 그렸다.
〈문지 에크리〉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2019년 여름,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새로운 산문 시리즈였다. 『빛과 실』은 아홉번째로 나왔다. 여기서 ‘에크리’는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쓰다’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처음 선보인 한강의 시문집 『빛과 실』은 영어권 독자들을 만났다.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호가스Hogarth에서 영문본 『Light and Thread』를 미국과 영국등 영미권에서 동시에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