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향모를 땋으며

대빈창 2026. 7. 2. 07:00

 

책이름 : 향모를 땋으며

지은이 : 로빈 월 키머러

옮긴이 : 노승영

펴낸곳 : 에이도스

 

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 1953- )는 아메리카 원주민 포타와토미족 출신 식물생태학자였다. 『향모를 땋으며』의 부제는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이었다. 월은 미국 역사에서 지워진 원주민의 전통과 토착적 지식을 되살려내 과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인간과 대지가 조각나고 부서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모색했다.

책은 식물학적 지식, 원주민의 신화와 문화, 삶의 지혜와 철학, 자연을 대하는 과학자의 언어와 태도, 새로운 지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던 원주민 소녀가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면서 과학자의 길을 걷는 이야기가 씨줄이라면, 억압·수탈당했던 원주민의 문화와 역사를 되살려내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날줄로 엮였다. 5부에 나뉘어 31꼭지의 글을 담았다.

1부 향모 심기. 거북섬(북아메리카 대륙)의 창조 설화 ‘하늘여인 이야기’. 창조 이야기는 정체성의 원천, 세상을 대하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모든 식물 중에서 포타와토미족이 윙가슈크라고 부르는 향모가 대지에서 가장 먼저 자랐다. 향모는 볕이 잘들고 물이 풍부한 초원을 좋아하며 빈 땅을 무성하게 채운다. 파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나누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든지, 인디언 특별보호구에서 법률로 보장받은 개인 지주가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회의를 ‘피간pigan숲'의 그늘진 장소에서 여름내내 계속했다. 내가 배운 식물학은 환원주의적이고 기계론적이고 엄연히 객관적인 학문으로 식물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환원되었다. 참취와 미역취가 함께 자랄 때 꽃의 보색 관계는 벌의 가장 매력적인 표적으로 유도등이 되었다. 포타와토미어는 유정성의 문법이다.

2부 향모 돌보기. ‘단풍달의 달Maple Sugar Moon’ 시기는 저장된 식량이 바닥나고 사냥감이 부족한 시기로, 단풍나무는 가장 필요한 시기에 식량을 공급하여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위치 헤즐(Witch Hazel, 풍년화)는 겨울이 찾아오기 전 꽃을 피웠고 6미터 아래 숲바닥에 씨앗을 떨구었다. 엄마은 아이들을 위해 600평 연못의 물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12년이 지난 루 헤엄을 칠 수 있을 정도로 맑아졌다. 래브라도호의 진흙바닥에서 수면까지 1.8미터를 뻗은 황수련. 수련의 새잎은 발달중인 어린 조직의 빡빡한 통기 간극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는데 밀집도로 인해 기압경도氣壓傾度가 발생, 오래된 잎은 가장자리가 찢기고 뜯겨 통기간극이 생기고 압력이 낮은 부분이 생겨 산소가 대기중으로 방출된다.

3부 향모 뽑기. 땅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좋은 방법은 텃밭가꾸기이다. 수천년동안 멕시코에서 몬테나에 이르기까지 여자들은 땅에 이랑을 만들고 토착농업의 정수 옥수수, 콩, 호박 세 가지 씨앗을 한 자리에 심었다. 존 피전John Pigeon은 포타와토미족 바구니 장인, 전통의 전달자로 검은물푸레나무 섬유로 바구니를 짰다. 수확에 대한 식물의 반응을 수천년동안 관찰하여 도출한 이론은 “식물을 섬기며 이용하면 우리 곁에 머물려 번성할 테지만, 무시하면 떠날 것이다.” 인간이 참여하는 공생에서는 향모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풀잎을 주고, 사람은 수확을 통해 향모가 번성할 조건을 만들어준다. 식물 채집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 “맨 처음 찾은 식물은 결코 캐지 마세요. 그게 마지막 식물일수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식물이 나머지 식물들에게 당신 이야기를 잘해줄 수도 있고요”

4부 향모 땋기. 조물주가 네 가지 성스러운 물건을 받아 마지막으로 빚은 으뜸사람을 거북섬에 정착시켰는데, 이름은 나나보조였다. 위그움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집으로 키 큰 나무를 휘어지게 만든 뒤 꼭대기 가까이에서 함께 묶어서 짓는다. ‘첫 연어 환영식’은 연어들이 결정적 시기에 포식자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상류로의 복귀에 실제 한몫했다. 모호크족 대학원생과 모호크족 바구니 장인과 셋이서 향모의 뿌리를 땅에 심으며 향모의 귀향을 환영했다. 애디론맥 산맥의 표석漂石(빙하에 운반되어 그 지역의 기반암과는 다른 암석)이 남겨둔 덤프트럭만한 회장암 옆면의 지의류 움빌리카리아 아메리카나(북동부 지의류에서 가장 큰). 숲을 재생시키는 프랜츠가 그린 지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명은 '묵은 아이Old Growth Children'로 나무를 심는 것은 믿음의 행위다.

5부 향모 태우기. 윈디고는 아니시나베 부족의 전설 속, 키가 3미터나 되는 사람 형상의 괴물이다. 겨울 기근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으로 윈디고는 먹으면 먹을수록 굶주림에 시달린다. 작가 스티브 핏Steve Pitt은 “윈디고는 이기심 때문에 자제력을 잃어 더는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이다.” 미국에서 화학물질 오염이 가장 심한 오논다가호 호안. 미야 창조설화에서 마지막 옥수수 사람은 대지의 떠받침을 받는, 자신의 선물과 책임을 깨달아 변화된 사람이었다. 첫 봄비가 내리는 밤이면 점박이도롱뇽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도롱뇽이 임시 봄못을 산란지로 고르는 이유는 물이 얕아 금방 사라져 도롱뇽 유생을 잡아먹는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포타와토미족(보드웨와드미족)은 ‘불의 사람들’을 뜻하는데, 일곱 번째 불의 시대를 살아가며 흩어진 것을 다시 모아 성스러운 불의 불씨를 다시 댕기고 ‘부족의 재탄생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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