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사물들
지은이 : 조르주 페렉
옮긴이 : 김명숙
펴낸곳 : 펭권클래식코리아
『이탈리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로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지평을 크게 넓힌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을 만났다. 군립도서관에 소장된 책들을 검색했다. ‘작은도서관’까지 여섯 권이 분산되어 있었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나온 〈조르주 페렉 선집 7〉 『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을 먼저 잡았다. 이번 대여에서 두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사물들』, 『공간의 종류들』이었다. 군립도서관의 희망도서 신청은 출간년도가 5년 이하로 제한되었다. 급해졌다. 기존 책들을 뒤로 물리고, 조르주 페렉의 산문집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신북스, 2023), 『나는 태어났다』(레모출판사, 2021)를 가장 앞에 올렸다. 대표소설 『인생사용법』(문학동네, 2012)을 신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사물들』은 스물아홉 살 때 데뷔작으로 1965년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말했다. “부유함을 갈망하는 청춘들의 빈곤을 진정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라고. 짧은 소설은 부제가 ‘1960년대 이야기’로 1960년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였다. 스물을 갓 넘긴 실비와 제롬이 사회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1부 10장과 2부 3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1장은 주인공들이 바라는 부가 허용하는 모든 종류의 사물이 나열되었다. 2장부터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드러내지 않고, 대화 한마디 없는 묘사가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35㎡은 두 공간(2 pieces)로 나누어진 10평 크기의 작은 아파트다. 책상을 나누어 왼쪽은 스물둘의 실비, 오른쪽은 스물넷의 제롬이 썼다. 둘은 사회심리조사원으로 여러 주제를 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학생 때 만난 스물한 살의 제롬과 열아홉의 실비는 보잘 것 없는 학사 졸업장으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 그들 대부분이 프티 부르주아 출신이었지만 그 가친관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부르주아가 누리는 안락함과 사치, 그리고 완벽함을 곁눈질했다.
실비와 제롬의 취향은 분명했다. 진지하다는 영화를 특별히 경계했다. 콘서트는 어쩌다 가는 편이었고, 연극은 거의 보지 않았다. 제롬과 실비는 덫에 걸린 쥐처럼 사방이 막힌 듯 했다. 그들은 단념하지 않은 수 없었다. 돈이 부족하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날카로워졌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알제리 전쟁은 그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행동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옛 친구들이 굽실거리며 비집고 들어가 권력과 영향력, 책임감에 탐닉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풍요의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한 점 궁핍한 섬이었다.
그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튀니지 교사 자리에 지원했고 발령을 받았다. 학사 학위 두 개를 가진 실비가 수도 튀니스에서 270킬로미터 떨어진 스팍스의 기술학교에 임명되었다. 대학 교양과정만 마친 제롬은 그보다 35킬로미터 더 떨어진 마하르의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았다. 제롬은 교사를 포기했고, 둘은 스팍스의 아파트를 구했다. 그들의 생애에서 가장 희안한 시기였다. 전쟁 중에 파괴된 유럽풍의 항구도시 스팍스는 15분이면 충분히 돌아보았다. 실비의 봉급은 둘이서 옹색하게 살 정도였다.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4월부터 짤박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황량한 가시덤불 대초원, 석호,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광물질의 세계, 그들만의 고독, 그들만의 척박함에 갇힌 세계. ‘에필로그’는 열린 결말이었다. 마침내 튀니스로 발령받고,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자동차를 사고, 큰 정원이 딸린 멋진 빌라를 마련했다. 또는 파리로 귀환했다. 거금에 가까운 보수가 제공되는 두 가지 직무의 책임자가 되어 에이전시를 관리하기 위해 보르도행 일등칸 기차에 올랐다.
소설은 당대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묘사했고, 도시의 감수성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1960년대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프랑스인들의 욕망을 감정이 아닌 방의 구조와 배열로 그려냈다. 소설가의 시선은 페이지에서 침대, 방, 건물, 거리, 도시, 나라, 세계로 확장되어 갔다. 서사를 엮는 대신 공간 자체를 관찰하고 분류하며 기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페렉은 “산다는 것은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면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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