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도끼발
지은이 : 김시언
펴낸곳 : 문학세계사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할 때마다 대여도서에 시집 한두 권을 포함시켰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검색창에 ‘시집’을 때렸다. 생소한 시인의 출간된 지 10여년이 지난 첫 시집이 떠올랐다. 무슨 인연일까. 책소개의 ‘민중시民衆詩’ 세 음절을 보고,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대여목록 맨 앞자리에 올렸다.
시인 김시언(金時彦, 1963-)은 2013년 계간 시전문지 《시인세계》 공모 신인상에 「반지하 등고선」, 「도끼발」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0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문혜원은 해설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애환―김시언 시집, 『도끼발』」에서, “80년대 민중시의 관념적 낙관론에서부터 암담한 신자유주의 현실에 대한 인식”(102쪽)에 걸쳐져 있다고 했다. 표제시 「도끼발(斧足)」은 조개의 도끼를 닮은 발을 가리켰다.
고등어 파는 아낙, 홀로 밥상 차리는 노인, 택배 물류창고 계약직, 충무로 인쇄골목 노동자, 폐지 줍는 노인, 종이박스에 웅크린 노숙자, 독감 예방주사 맞는 노인, 교통사고 입원환자, 식당 알바생, 영세 출판사 사원, 외근 전담 계약직, 인턴사원,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알바 광고를 확인하는 사람, 강아지와 둘이 사는 할머니,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 어머니, 시인물 먹은 중국집 주방장……. 시편에 나오는 사람들은 두 평짜리 반지하방에서 살아가는 비정규직·계약직·기간제 임시직 노동자였다. 비정규직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총체적 모순이 결집되어 있는 제도의 희생양이었다.
시인은 비정규직의 고달픈 애환을 실감나게 그렸다. 마지막은 폐지 줍는 노인의 한 단면을 그린 「계근대」(22-23쪽)의 1연이다.
마당이 저울이다 / 보이지 않는 저울이 마당 아래서 / 노인들의 하루를 잰다 / 1그램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 예민하게 반응하는 마당 /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도 바늘이 움직일까 / 고양이가 기웃거려도 / 마당이 가라앉았다 일어났다 / 노인이 끌고 온 수레가 빼뚜름히 서 있다 / 어디서부터 빼뚤어졌을까 / 주정뱅이 남편이 떠나고 / 손자랑 사는 노인 / 서랍장 문은 삐뚤게 닫히고 / 하루에도 수십 번 기우는 마음을 다잡느라 / 허리띠를 풀었다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