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계 끝의 버섯

대빈창 2026. 7. 3. 07:00

 

책이름 : 세계 끝의 버섯

지은이 : 애나 로웬하웁트 칭

옮긴이 : 노고운

펴낸곳 : 현실문화

 

중국계 미국인 애나 로웬하웁트 칭(Anna Lowenhaupt Tsing, 1952- )은 포스트휴머니즘 인류학자였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본주의에 내재한 인간예외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 문화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구축하는 것이라는 통찰. ‘다종의 민족지 이론’은 문화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곰팡이와 세균, 미생물을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형성하고 변형시키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가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었다.

‘패치’는 송이버섯 곰팡이와 소나무를 중심에 둔 배치를 통해 형성되는 다종의 생물들의 특정한 집단. ‘교란’은 다종의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서로의 세계 만들기에 영향을 미치며 벌이는 활동. ‘오염’은 서로 다른 생물들이 접촉하며 서로의 신체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특정한 방향으로 생존·진화해가는 양상. 송이버섯은 자본주의적 부의 축적을 위해 ‘구제’될 수 있는 것, 인류학자는 구제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주변자본주의적 장소라고 부르고 구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번역’이라 불렀다.

부제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가 말하는 것처럼 책은 기후위기 재앙 앞에 놓인 현대자본주의 체제의 암울한 현주소를 묘사한 묵시론적 문화인류학적 연구서였다. 표제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송이버섯은 자본 축적이 일어나기 힘든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가장 변두리의 존재, 자본주의적 폐허 즉 세계의 종말을 암시. 1945년 일본 히로시마가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 것이 송이버섯이었다.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 인류는 인공적 송이버섯 재배에 실패했다. 송이버섯이라면 환장하는 일본인들이 수백만엔을 투자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송이버섯은 숲의 나무들과 공생하지 않고서 살아갈 수가 없다. 송이버섯은 숲의 특정한 나무와 어울려 지내는 땅속 곰팡이로 자실체子實體였다. 곰팡이는 숙주나무 뿌리와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를 찾았다. 나무에게 양분을 찾아주고 자신은 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얻었다. 송이버섯은 ‘오염된 조건’에서 자랐다. 심각한 산림벌채, 빙하, 화산, 모래땅, 유기질 토양이 쓸려 내려간 장소였다.

인류학자는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상황, 안전성에 대한 약속이 부재한 삶을 탐구하기 위해 송이버섯의 여로를 탐구했다. 2004~2011년까지 7년여 동안 미국, 일본, 캐나다, 중국, 핀란드의 송이버섯 시즌동안 현지조사를 했고, 덴마크, 스웨덴, 튀르키예의 과학자, 산림관리원, 송이버섯 무역업자를 만난 ‘송이버섯’의 여로를 추적했다. 일본의 미식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송이버섯 채집인으로 라오스·캄보디아 정글 투사, 베트남전쟁 백인 참전용사,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염소 목동, 핀란드의 자연 가이드 등을 만났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간제로 호출되어 송이버섯을 분류하는 동남아시아 이민노동자, 로키산맥의 한 지류 캐스케이드 산맥의 숲에서 벌어지는 송이버섯 경매현장과 일본 도쿄의 경매시장으로 이어지는 송이버섯 무역의 다양한 세계는 ‘송이버섯 상품사슬’ 대장정이었다.

『세계 끝의 버섯』은 4부에 나뉘어 2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부 사이에 3개의 부록을 실었다. 인터루드(Interlude)는 주로 음악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곡의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잠시 쉬어가는 역할을 하는 짧은 간주 부분을 의미한다. 인터루드(냄새 맡기) - 사슴, 곰, 엘크는 송이버섯을 찾아 헤맨다. 냄새는 화학적 민감성의 특정한 형태. 나무들은 송이버섯 냄새에, 송이버섯을 자신들의 뿌리로 초대한다. 반면에 민달팽이와 다른 곰팡이, 여러 종류의 토양세균은 그 냄새를 역겨워하며 송이버섯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어느정도 범위 밖으로 물러난다.

인터루드(추적하기) - 곰팡이는 많은 사람이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물에 더 가깝다. 곰팡이는 식물처럼 햇빛을 통해 영양분은 만들지 않는다. 곰팡이는 세포외 소화를 한다. 소화를 돕는 산酸을 체외로 배출해 먹이를 영양분으로 분해한다. 영양분은 그후 세포에 흡수되어 곰팡이의 몸 뿐 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몸도 자라게 한다.

인터루드(춤추기) - 캔디 케인Allotropa virgata은 영양분을 만드는 엽록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식물은 송이버섯이 나무에서 가져온 당분을 그것으로부터 뽑아낸다. 꽃이 진 후에도 캔디 케인의 메마른 줄기를 숲에서 볼 수 있고, 그 줄기는 송이버섯의 존재를 알려주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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