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대빈창 2026. 7. 8. 07:00

 

책이름 :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지은이 : 이일훈·송승훈

펴낸곳 : 서해문집

 

김석철 / 정기용 / 임석재 / 이타미 준(유동룡) / 안도 다다오 / 김봉렬 / 승효상 / 서현 / 김개천 / 김종진 / 김진애 / 함성호 / 이용주 / 고건수

 

지금까지 내가 펴들었던 건축서의 저자들이었다. 나의 독서여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들 가운데, 한 부류가 건축가였다. 너무 머뭇거렸다. 15여년전 생태에세이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사문난적, 2011)와 인연을 맺어야 했었다. 뒤늦게 『뒷산이 하하하』(2011)를 손에 들었다. 건축가의 ‘녹색철학’과 ‘사람의 삶’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가 돋보이는 산문집이었다.

〈후리건축연구소〉를 이끌었던 건축가 이일훈(李日薰,1954-2021) 선생은 향년 67세에 돌아가셨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세였다. 이르지 않은가. 선생의 건축론은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로 요약될 수 있는 ‘채 나눔’이었다. ‘채나눔’은 안채, 사랑채, 바깥채 할 때의 집을 세는 단위였고 ‘나누다’는 몇 개의 부분으로 가른다는 의미였다. ‘공간이 작을수록 형태적으로 나누자’는 의미로 방과 방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구조를 가리켰다. 내가 꼽는 선생의 대표건축은 공동체문화 회복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낸 인천 만석동 경인선 철로변의〈기찻길옆 공부방〉 이었다. 1988년 저예산으로 인천 만석동 달동네에 지은 건축은 지상 3층, 연면적 45평이었다. 아동문학가 김중미의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였다.

국어선생 송승훈(宋承勳, 1970- )은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후 건축산문집 『모형 속을 걷다』(솔, 2005)를 비롯한 수십 권의 건축 책을 읽은 뒤에, 선생을 찾아가 집 설계를 부탁했다.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지 생각해보세요.” 건축가는 말했다. ‘집을 지으며 집 짓는 기술이나 방법을 먼저 택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의 방식을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겼다.’ 선생이 건축가에 반한 일화가 재미있었다. 건축작품집을 보면 유독 선생의 사진은 녹물이 흐르고 때가 타있고 거칠었다. 쉽게 얘기해서 뽀샵으로 꾸미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주고받은 이메일 편지가 A₄용지로 208쪽, 82통이었다. 인간적 신뢰가 쌓이면서 어머니를 향한 애달픔, 아들에 대한 노심초사, 젊은 시절의 방황… 까지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건축주는 주말이면 건축가가 지은 집을 찾아다녔다. 서울 등촌동 노출 콘크리트 연립주택 〈가가불이〉. 가난한 동네에 가난하게 지은 건축물 인천 만석동 〈기찻길옆 공부방〉. 통나무 기둥과 황토벽으로 된 문화공간 경기 가평의 〈우리 안의 미래〉. 바깥의 나무와 산이 배경이 된 제단 경기 이천의 〈성 안드레아 성당〉. 바닷가 마을의 소박한 민박집 강원 삼척의 〈재석불이〉…

책은 건축의 재료 선택에서 건축허가까지 집짓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건축가가 만든 집 모형과, 설계도면-평면도-단면도, 각 단계별로 디자인 과정까지 생생했다. 건축가는 집 이름을 지을 때 대개 건축 개념을 차용할 때가 많았다. 경기 남양주의 장현집에 건축가는 추사의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를 썼다. 늘 공부하는 집주인의 품성이 ‘낡은 책과 다듬지 않은 돌로 지은 집’과 닮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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