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지은이 : 이건청
펴낸곳 : 달나무
무서리 내린 늦가을 / 새들은 아직도 노을 속에서 / 들끓고 있는데 / 나는 내 비이글호 돛을 올려라 / 유년의 일기 차곡차곡 쌓인 곳, / 화석되어 굳은 내 유년 퇴적암에 / 다시 귀를 대고 엎드려 듣느니, // 들리네, 까마득 먼 곳으로 가서 / 섬이 된, 암초가 된 푸른 멍들, / 갈라파고스 육지 거북도 / 큰뿔코뿔새도 그냥 거기서 크고 있다고 / 열아홉개 섬과 암초들이 / 해무海霧에 실어 전해 주네, / 갈라파고스 / 내 잊혀진 날들의 갈라파고스
첫 시 · 표제시 「열아홉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14-15쪽)의 3·4연이다. 군립도서관의 시집을 검색하다 순전히 표제에 끌려 빌린 시집이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500만 년 전 태평양에서 화산폭발로 솟아오른 섬과 암초로 구성되었다. 흔히 열아홉 개의 섬과 암초로 표기되었다. 라틴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1000㎞쯤 떨어져있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시인 이건청(李健淸,1942- )은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목선들의 뱃머리」로 입상하며 등단했다. 이름이 낯설지 않은 시인이었으나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시력詩歷 60년의 노시인이 83세에 펴낸 시집이었다. 1부 열아홉 개의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16편, 2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7편, 3부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7편, 4부 해변의 첼리스트 13편, 5부 질경이풀 자라던 길 8편, 6부 칙술루브, 5번째 지구 대멸종의 날 13편에 나뉘어 모두 64편이 실렸다. 시집은 발문, 해설, 추천사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해설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긴 '시인의 말' 「38억년 초기 지질시대부터 외계우주 미래시대의 시」가 실렸다.
사헬란드롭프스 차덴시스(700여만년전 최고의 고인류 화석). 빙하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이 육지로 연결된 순다랜드. 모계 유전 특성 가진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e). 대청도의 남조류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 세계적 지질자원으로 보호받고 있는 유네스코 지정 한탄강 지질공원. 육지척추동물의 조상제재였다. 근래 나의 독서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자연과학이었다.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생명의 기원, 판구조론, 우주의 탄생, 인간의 진화, 뇌신경과학… 시집의 표제가 눈에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