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동맹의 풍경
지은이 : 엘리자베스 쇼버
옮긴이 : 강경아
펴낸곳 : 나무연필
『동맹의 풍경』을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한 것은 순전히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鄭喜鎭, 1967- )의 힘이었다. 2023년 초겨울에 신청하고 이제 책을 펼쳤다. 사회인류학자 엘리자베스 쇼버(Elisabeth Schober)는70년 동맹국이었지만 한국 대중들이 점차 반미의식에 눈뜨는 과정이 궁금했다. 부제가 ‘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로 주한 미군이 초래한 한국 사회의 변화와 주한 미군에 대한 국내 여론의 동향을 추적한 연구서였다.
1장 '서론·미군과의 만남, 그리고 폭력적 상상'은 군사주의와 민족주의 개념을 정리했다. 2007년 1월 중순, 한국에 온지 1년도 채 안된 당시 23세의 이병이 청소부 67세 한국여성을 강간. 그들은 서울도심지 유흥가 홍대를 미군기지 홍등가와 똑같이 취급. 문화기술지(文化記述誌, ethnography)은 인류학에서 시작된 연구방법으로 다른 문화의 일상에 들어가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현장 연구방법. 10년간 개봉한 한국의 대중영화에서 '반미주의자'로 분류된 진보적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배종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2005), 홍기선 감독의 〈이태원 살인사건〉(2009). 1990년대 초에 설립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1976년부터 1991년까지 신고된 미군범죄가 매년 약 1100-2300건.
2장 '병영 자본주의·21세기를 향한 한국의 기나긴 행군'은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분투해 온 한국현대사를 정리했다. 1932년부터 1940년대까지 출신국이 다양한 최대 20만명의 여성이 속거나 강제로 제국군을 위한 성매매에 동원. 1945년 8월 미국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군수산업에 종사하던 3만여명의 조선인 강제노동자 사망. 한국전쟁에서 북한의 도시 파괴율은 40-90퍼센트였고, 전쟁중 30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 발생. 베트남전쟁에 한국은 30만명 이상의 군대를 파견하여 미국을 제외한 가장 큰 외국부대. 한국은 전세계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1939년 이후 1만9000여명이 감옥으로 걸어 들어갔다.
3장 '한민족의 딸이 된 기지촌 여성·민족주의 서사와 사건의 증폭'은 윤금이 사건과 기지촌을 둘러싼 민족담론의 형성을 말했다. 공장노동자에서 동두천행을 감행한 젊은 여성 윤금이. 1992년 10월 28일 20세 케네스 마클 이병은 윤금이를 잔혹하게 살해. 과다출혈로 사망한 그녀의 몸에 분말세제를 뿌려 증거인멸을 시도. 윤금이의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 혐의의 잔혹성으로 미군은 한국의 법적 권한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고, 케네스 마클은 한국 법정에 선 최초의 미군. 1960-70년대 2만여명의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6만여명의 주한미군을 상대. 윤금이 사건 이후 기지촌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가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물질화된 민족적 수치의 공간, 제국의 초국적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 한국은 자본주의적 착취 영역을 더욱 확장하면서 기지촌에서는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미군과 어울렸다.
4장 '기지촌 사람들의 목소리·주변화된 초국적 군사 유흥지에서의 위험과 몰두'는 기지촌을 둘러싼 민족주의적 논의가 현실에서의 무관심과 기지촌 여성들이 대항하여 펼치는 주체적 전략을 담았다. 여성의 가치는 클럽에 들르는 미국인 고객의 관심을 얼마나 끄느냐에 따라 설정. 젊은 접대부는 필리핀이나 중앙아시아 출신이고, 30-40대 이상의 한국여성은 뒤치다꺼리로 밀려났다. E-6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비자는 외국인 접대부를 입국시킬 수 있게 해달라는 특수관광협회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정부가 만든 것.
5장 '이태원 서스펜스·도심 속 경계 공간의 이질성과 코뮤니타스'는 한국의 민간인과 미군이 만나는 도심의 기지촌 지역 이태원을 살폈다. 1904년 이태원梨泰院은 일본 점령군의 군사거점. 1945년 패망한 일본은 사령부를 그대로 둔 채 퇴각했고, 이후 미군 제24군단이 점거. 미군은 2.5제곱킬로미터 이르는 용산 미군기지 점령. 1990년 중반부터 이태원에 게이 및 트랜스젠더 클럽이 개업했고 20여개의 퀴어 업소 등장. 1976년 서울중앙서원이 개원하면서 이태원은 주로 '3D'업종에 종사하는 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중심지.
6장 '스캔들의 온상이 된 홍대·대안 지대의 미군과 반군사주의 펑크족'은 교통의 발달로 접근성이 용이해져 미군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홍대를 살폈다. 미군을 끌어당긴 홍대의 매력은 외국인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젊은 한국 여성이 클럽이나 술집에 많다는 점. 홍대 유흥가를 방문해 외국인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들에게 ‘홍대 양공주’라는 멸칭을 사용. 한국경제의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다민족화하는 상황에서 향락과 욕망의 초국적 영역이라는 기능이 갈수록 확대되는 홍대와 같은 소비 공간은 기존의 역사와 무관하게 새로운 도시경계를 구획하는 더 광범한 자본주의적 과정의 기표.
7장 '결론·동맹과 적대의 유산'은 기지촌이 남긴 유산을 다루었다. 냉전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자 한반도를 집어삼킨 '분단체제'의 역사적 특수성은 남쪽의 '병영 자본주의'와 북쪽의 '병영 사회주의'라는 적대적이면서도 기묘하게 공존하는 체제의 탄생. 한국에서 미국의 패권이 난공불락이던 시절은 끝났고, 미군이 한국 땅에 불러 일으킨 폭력적 유산, 위험한 상상, 애증이 엇갈리는 만남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이다.
윤금이 사건(1992), 미선이·효순이 사건(2002), 미군기지 이전 평택 대추리 투쟁(2006), 한미FTA 체결(2007). 사회학자 이나영(李娜榮, 1968- )은 말했다. “한국 정부는 (기지촌 지역을) 성공적으로 게토화해 미군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평범한 한국인, 특히 ‘정숙한’ 한국 여성이 미군 남성과 접촉하지 못하게 완충지대로 만들고자 했으나 완전히 실패했다.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 서울이 거대도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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