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고독의 능력
지은이 : 이재무
펴낸곳 : 천년의시작
이재무(李載武, 1958- ) 시인을 처음 만난 시집이 『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였다. 시선집 『얼굴』(천년의시작, 2018)을 온라인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다. 군립도서관에서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 시선집 『길 위의 식사』(문학사상, 2012)를 대여했다. 시간이 흘렀고, 어느날 나는 시인의 이름 석자를 떠올렸다. 군립도서관에서 최근 시집 『즐거운 소란』(천년의시작, 2022), 『고독의 능력』(천년의시작, 2024)를 대여했다. 군립도서관에 비치된 묵은 시집 세 권을 대여목록에 올렸다.
시인은 1983년 『삶의 문학』, 『실천문학』,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력詩歷 40년을 넘어섰다. 문학평론가 임지연은 해설 「얽히는 세계, 방법적 확장」에서, “(시집에서) 사물은 인간의 시선에 조응하여 함께 관계를 만드는 것”(169쪽)이라고 했다. 덧붙여 시인은 서정의 내적 혁신을 통해 자기 세계를 이루었다. 1980년대 농경적 상상력과 리얼리즘으로 시작하여, 1990년대 몸과 생태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정을 거쳐, 2000년대 이후 존재론적 성찰과 인식을 확장시켰다.
그렇다. 나는 왜 시인에게 끌렸을까. ‘농경적 상상력’을 펼친 시편들에 나의 눈길은 오래 머물렀다. 시집은 1부 47편, 2부 20편, 3부 19편, 4부 25편, 5부 15편 모두 126편을 담았다. ‘시인의 말’에 시인이 읽고 있는 두 권의 책과 한 권의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 들어있었다.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니코스 칸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강화 일기 2」(36-37쪽)의 2연이다.
타자를 지옥이라 명명했던 사르트르의 세상에 대한 관점에서 타자의 시선을 포용하여 관계의 지평을 연 메를로-퐁티의 관점으로 인생의 열차를 갈아타는 중인데 과연 관념이 아닌 생활 세계 속에서도 그게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연작시 「강화 일기」 네 편, 「강화 산책」, 「농부의 취향」(43쪽)은 포도밭에 클래식을 틀어주는 농부를 읊었다. 나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였다. 강화의 13개 읍면에서 포도 농사가 번창한 곳은 양도였다. 시인 나희덕은 표사에서 ‘강화의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지내는 시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인은 강화 양도로 내려온 것인가. 궁금했다. 시인 친구 함민복에게 전화를 넣었다. 시인은 주말에 강화에 머문다고 했다. 마지막은 「빈손」(49쪽)의 전문이다.
늘 무언가를 쥐고 살았다 // 걸레 행주 호미 삼태기 바늘 자루 봉지 빨래 빗자루 바가지 주걱 바구니 사발 부지깽이 소쿠리 체 절구 조리개 갈퀴 등속 // 병상에 누워 빈손이 허전한지 허공을 쥐었다 놓고 돌아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