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하신지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무릎반월연골판 재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외출을 달고 목발을 짚은 채 어머니 첫 면회에 나섰다. 며칠 전 요양원에 어머니 외출을 신청했다. 어머니와 작은형, 조카 그리고 나 네 가족은 점심을 먹으려 식당을 찾아 나섰다. 월요일이었다. 〈봉천가정식백반〉은 휴무였다. 아쉬웠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맛집이었다.
시골 식당은 한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드물었다. 눈에 띄는 식당을 찾아 네 식구는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외동딸로 커 입맛이 까탈스런 조카가 국물만 서너 숟가락 뜨다가 이내 물컵으로 손이 갔다. 뚝배기에 고깃점이 그득했다. 식성 좋은 나마저 서너 숟가락 입으로 가져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네 식구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형이 차에 오르며 군시렁거렸다. 비닐팩 포장에 뜨거운 물만 부었을 것이다.
형제는 날이 풀릴 때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당분간 면회를 했다. 새해 첫 혼자만의 어머니 면회 길이었다. 시간은 정오를 넘어서고 있었다. 〈봉천가정식백반〉의 주차장은 무난했다. 문을 밀쳤다. 주 홀의 두 테이블에 식객들이 있었다. 나는 곁 홀에 자리 잡았다. 홀 벽의 액자 사진은 주인장이 배에서 잡은 갈치가 사람보다 더 컸다. ‘점심특선’의 갈치회덮밥은 18,000원 / 갈치정식(통구이+조림)은 1인 30,000원 / 갈치조림 1인 18,000원 / 제육복음 1인 15,000원 / 감자전 10,000원 / 대구탕 20,000원 / 주꾸미무침 1인 18,000원 / 가정식백반 1인 10,000원.
모든 메뉴는 2인부터 가능했다. 백반만 제외였다. 나는 주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욱국에 열두가지 반찬이 테이블에 놓였다. 맛있다. 반찬을 싹싹 비워내며 밥 한 공기를 추가했다. 행복했다. 어머니 면회를 올 때마다 보름에 한 번 맛집에서 공기밥 두 그릇을 비워낼 수 있게 되었다. 설날을 앞두고 작은형과 조카와 〈봉천가정식백반〉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인장이 직접 잡은 생물 갈치로 조리한 ‘갈치조림’을 먹을 예정이었다. 안개로 객선이 결항되었다. 맛집의 주메뉴를 먹을 기회를 놓쳤다. 나는 다음날 혼자 어머니 면회 길에 나섰고, 백반을 맛있게 먹었다. 공기밥을 추가해서.
작은형은 뒷집형수와 면회를 가면서 점심으로 ‘갈치조림’을 먹었다. 국물이 자작한 조림은 칼칼한 것이 입에 달라붙었다고 한다. 언제인가 기회가 올 것이다. 이대로라면 추석을 앞둔 가족면회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호의 봉천은 해발 291m의 봉천산奉天山에서 따 온 것이 틀림없다. 산정山頂에 1995년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8호로 지정된 봉천대奉天臺가 자리 잡았다. 고려시대는 나라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을 거행하였고, 조선시대 중기에 와서 봉화를 켜두는 봉화대로 사용하였다. 하점면소재지 신봉리에 위치한 식당의 주소는 강화군 하점면 강화대로 1160. 맛집에서 백반을 먹기 위해 나의 면회일에서 월요일은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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