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전이었다. 점심 산책을 나가는 길이었다. 포터 넉 대가 대빈창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낯익은 광경이었다. 그렇다. 작년 이맘때 쯤, 나는 똑같은 장면을 보았다. 양봉 도구가 실린 포터가 앞장서고, 적재함에 벌통이 가득 실린 포터 석대가 뒤를 따랐다. 벌통을 내려놓을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올해도 벌치는 부부가 주문도에 들어왔다. 그들은 작년, 봉구산 발치 연못골 초입 밭가에 벌통을 늘어놓았다. 벌통의 재질은 종이였다. 재래식 나무벌통보다 다루기가 손쉬울 것이다. 올해는 대빈창 해변 제방의 오른쪽 끝 바라지 앞 공터였다. 바라지는 커다란 함지박을 엎어놓은 모양새였다. 분명 예전에는 주문도에 딸린 무인도였을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제방을 쌓아 주문도와 연결되었다.
이미지를 잡기 위해 바닷물이 가장 많이 미는 아홉물 만조를 기다렸다. 그림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턱도 없었다. 이미지의 흰구름아래 낮은 산정에 솟은 철탑이 아차도였다. 모바일 화면에서 주문도와 아차도 사이 좁은 해협은 아예 지워져버렸다. 올봄은 비가 뜸해 아까시 꽃들이 생기가 돌았다. 주문도의 아까시 나무들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키가 10미터에 다다랐다. 산책에 나설 때마다 대빈창 해변 바위벼랑 산사면 아까시나무 군락에서 꿀벌들의 날개짓 소리가 웅웅! 끊임없이 들려왔다. 엊그제 아침 산책에서 꿀을 뜨는 양봉업자가 보였다. 나는 다랑구지의 좁은 논두렁을 타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네 명이 꿀을 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양봉업자 부부와 동네 이장과 아주머니 한 분이었다. 일당을 받고 일을 거드는 것 같았다.
“올해 벌꿀 작황은 좀 어때요.” 내가 소리지르듯 말했다.
양봉업자 사내가 받았다. “작년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나의 어리숙한 안목으로도 올해 아까시 꽃송이는 탐스러웠다. 몇 마리의 벌이 나의 머리칼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놈들이 떼로 달겨들면 어떡하지. 나는 발을 재게 놀려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양봉업자는 매년 주문도를 찾았다. 그들은 언제까지 서해의 작은 외딴섬 아까시나무 군락의 꽃송이를 찾아들 수 있을까. 이번 세기말이 한계일지 모르겠다.
지구 역사에서 모든 생물의 70-95퍼센트가 사라진 대멸종 사태는 다섯번 벌어졌다. 저명한 미국 생태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 1932-2026)는 2015년에, “인류에 의해 제6의 대멸종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약 2억5200만 년 전에 있었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시베리아의 초화산이 분출하면서 지구 생명체의 95퍼센트를 날려버린 최대의 멸종 사건이었다. ‘제6의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생물다양성 손실 속도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때보다 빨랐다. 문제는 지구 역사상 과거 다섯번의 대멸종은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가 주원인이었다. 현재 진행형인 '제6의 대멸종(홀로세 대멸종)'은 인간의 활동이 핵심 원인이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기후 변화, 환경오염이 자연재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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